그들이 사는 세상

파리의연인 이라는 컨텐츠.

김핸디 2012. 4. 30. 12:49

 

미치겠다. 나 병 걸린것 같다. 어제 뮤지컬 파리의연인을 두 번째로 보고왔는데, 그 후로 계속해서 뮤지컬 넘버들을 따라부르면서 기분이 붕붕 나르고 있다. 사실, 뮤지컬 파리의연인은 드라마보다 훨씬 유치하고 구성도 산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한기주와 강태영의 매력만큼은 넘쳐났고, 덕분에 이 둘이 이루는 앙상블에 내 가슴은 터질듯 설레였다.

 

한기주야 모든걸 다 가진 남자니 그렇다치고, 어제 뮤지컬을 보면서 유독 와닿았던것은 강태영이였다. 어렸을때부터 정해진 삶만을 살아왔던 한기주와는 달리, 영화감독의 꿈을 품고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가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고 찡하던지- 뮤지컬 후반부에 보면 '나는 꿈이있어요' 라며 한기주의 곁을 떠나는 강태영과, 그런 강태영을 붙잡으며 '내가 너의 꿈속의 작은 배역이라도 좋으니까 함께하고 싶다' 라고 노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보면서 신데렐라는 강태영이 아니라 한기주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 관계는 처음부터 강태영이 갑이었던거다. 아무리 한기주가 돈 많고, 지위 높고, 잘 생기면 뭐하냐고. 강태영은 한기주가 가지고있는것을 하나도 욕망하지 않는데. 하지만 한기주는 끊임없이 강태영이 가지고 있는 모든것을, 강태영 자체를 욕망한다. 강태영의 고향, 강태영의 여성성, 강태영의 성품, 그리고 강태영이라는 한 인간존재.

 

어쩌다 외국에서 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가 나한테 막 동화속에 나오는 풍경을 현실로 재현해주고, 서울이라는 현실에 와서도 막 너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매달리는 이 말도안되는 로맨스 판타지가 또 어디있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그게 너무 판타지라는것을 알기때문에 그저 입을 벌리며 감탄하게 된다. 아, 예쁘다, 사랑스러워- 너무 아름답잖아!!! 나에게 파리의연인은, 꿈 인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달콤한 꿈. 그래서 깨기 싫은 그런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