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는 세상

드라마의 모든 끝은 해피엔드다, <그저 바라 보다가>

김핸디 2013. 11. 19. 15:10






나는 황정민이 싫다. 거두절미, 못 생겨서 싫다.(이건 내 개인적인 취향이다) 그러나 역 신데렐라 이야기는 무척이나 좋아한다. 대부분의 그렇고 그런 재벌2세 왕자님 이야기가 아니라, 따지자면 평강공주 이야기. 남자가 평범하고 여자가 화려한, 뭐 그런 조합. 예를 들면 영화 <노팅힐>이라든가, 드라마 <신 귀공자> 라든가. 그래서 인지부조화 좀 때리다가, 그래도 왠지 이런 스토리를 보고 싶어서, 봤다. 그리고, 보길 잘 했다 싶다.



황정민이 연기한 구동백은 천하의 답답이이다. 순수함도 좋지만 (내가 황정민을 싫어하기 때문인건지) 처음엔 구동백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와닿지 않았다. 순수함 보다는 미련함이 느껴졌고, 그래서 보는 내내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드라마는 성인을 위한 동화라는 것을. 그렇게 따지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인물 중 현실에서 볼 만한 캐릭터가 어디 있으랴. 구동백보다는, 오히려 직장상사로 나오는 팀장님과 국장님같은 인간형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르는 일이다.



여튼, 그렇게 한 수 접고 보니, 드라마는 아주 재미있었다. 착한 남자 구동백. 겉으로 강해보이지만 한없이 여린 여자 한지수. 그리고 그 주변인물들. 무엇보다 좋았던건, 이 드라마가 어떤 장애가 있다하더라도 꼭 해피엔딩으로 끝날것 같다는 강력한 믿음을 주었다는 점이다. 저렇게 착한 남자를 작가가 울릴리 없어! 저렇게 착한 남자를 작가가 불행하게 할 리 없잖아!



역시 결론은 내 예상대로였다. 너무도 뻔~한 해피엔딩. 그러나 그런 해피엔딩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 '드라마의 모든 결말은 해피엔드' 라고. 글쎄. 혹자에게는 그 '모든' 결말이 너무 뻔해서 싱거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도 수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를 좋아하고 즐겨 보는 이유는 결국 이 '해피엔드' 에 대한 강력한 믿음 때문이 아닐까. 우리의 인생도 저 드라마를 닮아, 언젠가는 해피엔드로 마무리 될 거라는, 그런 실낱같은 희망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