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핸디 2014. 3. 23. 22:06



1. 일본영화가 좋다. 내가 처음으로 일본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건 <사토라레>였다. 자신의 생각이 사람들에게 들리는 청년. 그는 그 특별한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또 감동을 준다. 특히나 좋았던건 그와 할머니와의 관계였다. 어찌나 울었었는지. 그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일본영화도 꽤 볼만하구나' 




2. 처음엔 누구나 그랬겠지만 일본영화하면 <러브레터>로 시작하는 순정멜로 영화였다. 이와이 슈운지 열풍이 불었던 즈음, 나도 그의 영화를 몇 편 섭렵했고, <피크닉>을 만나 완전히 이와이 슈운지에 대해 열광하다가, 또 어느새 모든 열광이 그렇듯... 언제 그랬냐는듯이 사그라들곤 했었다.



3. 다시 일본영화를 떠올렸을 땐 <썸머 타임머신 블루스>였다. 타임머신을 고작 어제로 가는데 이용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그때부터 비로소 일본 영화 특유의 상상력과 코믹한 설정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코믹에 추리를 감미한 <키사라기 미키짱> 을 보고 또 감탄! 감독의 다른 작품인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지금 한계인지도 몰라>도 꽤 괜찮다고 느꼈다. 그리고 오래 잠잠하다가, 다시 이사카 고타로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를 보고 뻑이갔다. 일본영화는 때론 순수한 감성이었고, 병맛 코미디였다가,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휴머니즘이기도 했다.




4. <로봇G>와 <멋진 악몽>도 무척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영화란 매체가 루저들을 많이 주인공으로 내세우긴 하는데, 일본영화가 루저들을 다루는 시선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루저의 고군분투, 그를 둘러싼 괴짜 친구들, 친구들과의 모험으로 한단계 성장해나가는 주인공. 방금 보고 온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어쩐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닮은듯한 스토리다. 조금씩 변주는 있을지언정, 주인공의 모험. 친구들의도움. 그리고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질리지가 않는다.




5. 일본은 그닥 좋아하는 나라는 아니지만, 소설과 영화를 접하면 접할수록 그들의 상상력, 그 원천이 어디에 있는건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우리나라랑 별반 교육시스템이 다른것 같지도 않은데... 정의될 수 없는 이들의 '컬트스러움' 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걸까. 일본영화가 좋다. 이들의 어이없으면서 따뜻한 그 이야기들이, 인간에 대한 넘치는 애정이 정말정말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