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천국

스토리로 구원하는 인간의 서사,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

김핸디 2014. 4. 6. 00:14



 


조지 뱅크스는 무사할 거에요. 삶에서는 아닐지 몰라도 우리의 상상속에서는. 그게 우리 이야기꾼들이 해야하는 일이죠. 우리는 상상력으로 그의 삶을 회복할거에요. 희망을 만들어낼거에요.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 세이빙 미스트 뱅크스 中


 

디즈니빠이자 톰행크스빠인 나에게, 이 영화란? 정말이지 보물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스토리는 차치하더라도 디즈니가 그의 사람들과 디즈니 영화를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는것만으로도, 정말정말 행복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스토리만 보더라도 꽤 고차원의 이주제를 갖춘 작품이다. 표면은 단순하게 디즈니가 영화화하기 위해 메리포핀스의 원작자를 설득하는 이야기지만, 결국엔 영화라는 '스토리' 를통해 한 인간의 서사를 구원해내는 가슴따뜻한 이야기를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관객들이 그랬겠지만... 나 역시 디즈니가 직접 영국으로 날아가, 그녀앞에서 '당신의 미스터 뱅크스를, 그리고 나의 미스터 뱅크스를 영화속에서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 라고 말할때, 눈시울을 붉힐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고통받지 않게 해주겠다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말할 때 얼마나 찡했는지, 얼마나 가슴이 뭉클했는지 모른다. (아 정말이지 믿고보는 톰 행크스 ㅜㅜ)



물론 엠마톰슨의 연기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겠다. 깐깐하고 도도하지만 어린시절의 큰 상처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작가를, 그녀는 정말이지 섬세하고 리얼하게 표현해주었다. 영국식 억양으로 No만 외쳐대던 그녀가 발을 까닥이던 순간, 미간에 잔뜩 주름을 지어 만들고 상대를 쏘아보기만 했던 그녀가 자신의 유년시절을 마주하고 눈물을 쏟아내던 그 순간, 정말이지 그녀의 연기가 만들어내는 그 낙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극중 <메리포핀스>에 삽입되던 음악들도 영화를 밝혀주는 또 다른 요인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조연이지만 그 인상이 남다른, 수행기사 '랄프' 역의 캐릭터이다. 그와 트래버스가 나누는 우정은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웠고, 또 감동적이었다. 남과 담을 쌓고 자신만의 세계에 갖춰살던 그녀가 랄프를 통해서 마음을 열고, 디즈니에게도 마음을 터놓는 모습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구원의 요소였다.



콜린파렐 이야기가 지루한 편이어서 다시 보고싶지는 않지만...(솔직히;) 몇몇 장면들은 보석같이 박혀서 오래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사랑스런 디즈니사의 사람들과, 스토리로 상처받은 이들의 유년시절을 구원해내는 디즈니의 마법같은 매력, 그리고 누구보다 불신하던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회복시킨 트래버스의 눈물이 잊혀지지 않는 영화다. 참 좋은 영화, 참 따뜻한 영화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