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앞의 생/끄적끄적

2018년 상반기 결산

김핸디 2018. 5. 19. 23:20




요즘은 왠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직장인이니까, 핑계삼아 퇴근 후에는 그냥 빈둥거리고 싶기도 한데 그러면 왠지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싫다. 그래서 어떻게든 발버둥 치고 있는데, 잘됐는지 어땠는지... 그냥 싱숭생숭한 마음에 상반기의 일을 결산해본다.



#1. 조선사 공부


부끄럽게도, 역사를 너무 몰랐다. 사실 역사를 모른다는게 그리 창피하지도 않았는데 (누구에게나 아킬레스건은 있는 법이다) 우연히 보게된 <조선왕조실톡>이 너무 재미있어서 조선사를 공부하게 되었다. 회사의 지원을 받아 무적핑크의 <조선왕조실톡> 전집을 사고, 이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전집을 샀다. 그리고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다. 너무도 잘 알려진 세종과 정조, 사도세자와 연산군의 이야기. 그렇게 한 시대를 읽고보니 내가 가장 마음이 가는 사람은 '태종 이방원' 이었다. 어렸을때는 형제들을 죽인 나쁜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자신의 운명을 개척한 사람이 아닐까 싶었다. 적장자 계승같은거, 너무 구린 방식이잖아. 그러니까 내가 왕이 되고싶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결국 이뤄내는 태종이나 세조같은 사람이 새삼스레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이건 내가 요즘 생각하는 화두와도 일맥상통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착한 사람은 싫다. 자기것을 만들어 가질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에 대한 경외감 같은게 있다.



#2. 스피닝


다이어트라는것을 해보겠다고... (허언이 지겹지도 않은가!) 스피닝을 등록했고, 엄청나게 결석했다. 흠... 진짜 너무 많이 빠졌다. 이럴거면 왜 등록을 했나 싶을 정도로...



#3. 법학과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처음의 의지는 당장이라도 변호사가 될 기세였는데... 그런건 모르겠고 그냥 졸업을 하고싶다. 방송대는 생각보다 강의의 질이 더 좋았고, 그만큼 더 빡셌다. 6월 중순의 출석대체 시험과, 6월 말의 기말고사가 예정되어 있다. 두 가지를 모두 성공적으로 끝내고 싶다. 그렇다면 나의 상반기가 얼마나 뿌듯할까!



#4. 미스티


미스티라는 드라마를 정말 열심히봤다. 고혜란... 어떻게 이런 캐릭터가 있을 수 있지? 매회 김남주가 연기하는 고혜란을 열심히 흠모하고 응원했다. 나는 야망캐를 정말 좋아하는데... 작년에 <품위있는 그녀>의 김선아가 있었다면 올해는 단연코 <미스티>의 김남주였다. 내가 사람들로부터 만만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일까. 뭔가 야망에 쩔어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목표를 이루는 캐릭터들이 너무 좋다. 물론 결말은 세상빡치는 시츄에이션이었지만... <미스티>의 김남주, 고혜란만큼은 최고였다. 



#5. 황금의 제국


야망캐를 잃지못해... 황금의 제국을 정주행했다. 이 드라마에는 야망캐가 무려 셋이나 나오는데 성진그룹 둘째딸 최서윤(이요원 분), 성진그룹 조카 최민재(손현주 분), 그리고 밑바닥에서부터 자본의 심장까지 온 장태주(고수 분) 이 그들이다. 서로서로 통수를 치고 배신을 하고 또 손을 잡았다가 목표를 추구하는 모습이 무척 흥미진진했다. 유상증자해서 신주인수권을 확보하는 에피소드는(라고 쓰지만 결국 이것도 통수로 마무리된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이 에피소드를 보다 깬 아침에는 나도모르게 "신주인수권..." 을 웅얼거리며 일어나기도 하였다. 또라이


하여튼 이 드라마는 이요원이 너무 존잘이고- 고수는 얼굴은 존잘이지만 연기를 너무 못해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에게 자꾸 헛웃음을 안겨주었다. 장태주 그사람 너무 연기를 못하네요. (feat. 새언니 대사톤)   그리고 새삼 연기본좌임을 느낀 손현주 ㄷㄷ "서윤아" 와 "태주야" 이름만 불러도 느껴오는 그의 분노와 억제된 감정... 극중 긴장감을 업시키는 최고의 연기였다.


참 그리고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등장인물의 어미에 묘하게 중독이 된다. 특히 "네요" 라고 끝나는 것과 "할까" 라고 끝나는 어미가 재미있는데 새언니를 비롯해 성진그룹 사람들은 자기의 일을 묘하게 객관화하면서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네요" 라는 식으로 말한다. 보통은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해요" 라든가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라고 말할텐데 그 집안 사람들은 "이번에는 아가씨가 틀렸어요" 가 아니라 "이번에는 아가씨가 틀렸네요" 이런식으로 말한다. 뭔가ㅋㅋㅋㅋㅋㅋㅋ 중독이 되는 말투. 왜 이런거지? 이런 말투가 재벌들의 아비투스인가...


그리고 한정희씨는 주로 "할까" 라는 어미를 쓰는데 이것도 재미있다. "그 마음이 오죽하겠니" 이렇게 말하는게 아니라 "그 마음, 오죽할까" 이런식으로 말한다. 물론 나중에는 너무 자주 그 어미를 써서 좀 짜증나기도 했는데 (너무 인위적이라서) 묘하게 캐릭터를 나타내는 말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최근에 본 드라마라서인지 할말이 많은데... 결론은 최서윤을 연기하는 이요원은 짱이고, 박경수 작가는 드라마의 신이다. (탕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