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앞의 생/끄적끄적

[법대생입니다만] 사기는 욕심을 먹고 자란다 - 검사내전

김핸디 2018. 5. 20. 13:53

@ 검사내전 / 김웅 / 부키




어제, 결심했다. 명색이 법대생인데 졸업할때가지 법 관련 책을 100권은 읽겠다고. 그리하여 영광의 (?) 첫 책으로 선정된 <검사내전>. 현직 검사의 수사과정에서의 이야기인데 무척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책의 처음 챕터는 사기사례와 사기꾼들의 심리, 그리고 피해자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다루고 있는데, 읽다보면 납량특집이 따로없다. 검사가 대놓고 말하길, "법은 피해자를 구원하지 못하니, 제발 범죄 피해자가 되지 마시라" 고 한다. 그만큼 범죄피해는 끔찍하다. (충격으로 뇌졸중으로 쓰러지거나, 이혼을 당하거나, 사실상 삶이 심각하게 망가져린다). 반면 가해자들은? 사기꾼들은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 구속되기 전에 풀려나거나, 구속되어도 쉽게 다시 세상으로 복귀한다 (고 한다).




#가난한것도 죄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현실은, 쓰라리지만 가난도 죄라는 사실이었다. 가난이 무슨죄냐고 묻는 사람이 있겠지만 가난은 사람의 사고를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죄가된다. 집 담보로 대출받은 돈 날려먹은 피해자가 했다는 말. "자기처럼 어렵고 힘든 사람을 등칠 줄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만만한 데 말뚝박고, 생가지보다 마른 가지 꺽는 법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니까 사기 치는 것이다"


심리학 실험에 그런걸 본적이 있다. 동전을 그려보라고 했을때, 심리적으로 우울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동전을 크게 그리더라는. 같은 물병을 보여주며 이걸 얼마에 살거냐고 물었을때도 우울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했단다. 무언가에 대한 결핍은 상대적으로 물질에 대한 욕망을 부추긴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비해 욕망이 크고, 그만큼 이성적인 지표들을 무시하고자 하는 충동이 크다. 그들에게는 사기아니면 그렇게 희망적인 동아줄은 보이지 않고, 그렇기에 누구보다 사기를 진실로 믿고싶어하는 성향이 강하다.


한편, 가난한 삶이 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지옥이 된 수민씨의 꿈"에서도 나타난다. 연예인의 꿈을 안고 성형을 무료로 해준다는 말에 사채를 쓰고, 연예인이 되려면 다 이렇게 하려는 말에 성매매에 발을 들이게 된 수민씨. 그녀에게 순진하다고, 세상을 그렇게 모르느냐고 손가락질 할 수 없는건... 그녀의 주변에는 정상적이고 이성적인 조언을 해줄 인적자원이 없었을 것이기에.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몇년간 경제적으로 지원해줄 물적자본이 없었을 것이기에 그렇다. 돈은 벌어야 하고, 조금 이상하긴 해도 쉬운길이 있다고 했을때, 그것을 가난한 이들은 뿌리칠 여유가 없다. 




#당신에겐 당신에게만 주어질 '행운' 같은 건 없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만이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 엄마의 친구가 사기를 당했는데, 그분은 꽤 경제적인 안정을 누리고 있는 중산층이었다. 그 수법이란 이러했다. 화장품 방판을 하는 엄마의 친구에게 어느날 돈 많은 아줌마가 자신의 사무실로 방문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그 돈많은 아줌마는 선뜻 상당한 량의 화장품을 구매한다. 그렇게 화장품 vip고객이 된 아줌마는 엄마의 친구에게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어떻게해서 자신이 이렇게 돈을 많이 벌 수 있었는지를 슬쩍 흘린다. 엄마의 친구는 그 아줌마를 점차 신뢰하게 된다. 그렇게 어느정도 관계가 형성되었을때 엄마의 친구에게 이 사기꾼은 마수의 손을 뻗친다. 당신도 나처럼,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꼬시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갑자기 어떤 돈 많은 사업가가 선뜻 화장품을 대량 구매했다" 라는데서부터 사인이 읽혔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이 객관적인 시각에서라면 그 부분에서 의심을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당사자가 되는 경우라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엄마의 친구는 그 사기꾼 아줌마를 만났을 때 그저 '이렇게 운이 좋다니' 라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그 운은 그 사기꾼의 달콤한 유혹에 점점 더 '이런 행운이 나에게 오다니' 와 '저 분을 만나다니 내 인생은 이렇게 꽃피는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검사내전의 저자가 말하듯 '좋은 것을 굳이 광고까지 해서 당신에게 알려주는 선의란 없으며, 만약 그런 게 있다 해도 절대 당신의 순번까지 돌아오지는 않는다'



사기라는 거, 참 무섭고 또 흔하다. 우리엄마도 사기를 당했었고, 엄마의 친구도, 이 책속의 수많은 사례자들이 그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우습지만 비판적인 사고를 강화하는 일 뿐이다. 나에게는 절대 나만아는 행운같은건 찾아오지 않는다, 갑작스런 이익이나 너무 좋은 제안은 비 상식적이며 그것은 사기의 전조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세상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일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 일과 '쉽게 얻는 것은 쉽게 잃는다' 는 만고불변의 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