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앞의 생/끄적끄적

[직장별곡] 시키시키 재수없는 팀장시키

김핸디 2018. 5. 29. 20:52



1. 우리팀은 내가 왠만한 일을 도맡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다들 업무가 명확히 나누어져있긴 한데, 어쩌다보니 중요한일 실적을 다루는일 이런것들은 내가 도맡아한지 오래되었다. 나라고 이 일이 좋은건 아니다. 팀장도 아닌데 팀의 실적을 위해 팀장보다 고민해야 하는 자리라니... 팀장은 이런 나를 믿고 팀장의 역할을 등한시 한지 오래다. 실적발표에 무엇이 들어갈지, 어떤 내용을 어떻게 포장할지, ppt 구성은 어떻게해야 할지... 모든것이 나의 몫이다. 팀장은? 그저 내가 갖다 바친 자료를 가지고 발표만한다. 물론 내 자료로 생색은 오지게낸다. ppt도 지가 만든척한다. 다른 팀 팀장이 ppt 디자인 예쁘다고 줄수 없냐고 했더니 지가 생색내면서 주더라. (어이가 없어서)



2. 이 모든것도, 견딜 수 있다. 뭐 좋다 이거다. 그런데 그러면 나를 후려치지나 말아야지. 오늘도 그렇다. 가만히 있는 사람. 살살 구슬려 아이디어가 없냐 묻더라. 없었다. 있어도 주기 싫었다. 그런건 니가 좀 생각하자 이제. 이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내가 아이디어 안내면, 누가 할까? 아무도 없을것이고 결국 팀장이 나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건 뻔했다. 오늘도 평소에 알아서 잘 나서주던 내가 가만히 있으니 조바심이 났던 터다. 그러니까 살살 사람을 구슬렸던 거겠지.



3. 문제는 또, 순진한 내가, 열정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내가, 그런 팀장의 술수에 바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팀장이 내게 아이디어를 갈구한지 30분도 안되서, 나는 자료를 2장 만들었고 팀 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팀장은 아니나 다를까 반색하는 기색. 그렇게 발표한 자료로 3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였고 그중에 하나가 팀원들의 호응을 얻어 결정되었다. (나도 사실 그 안을 밀기위해 2개안을 양념처럼 곁들였던 거였다. 하나만 생각해가면 또 분명 '다른건없을까' 하면서 팀장이 시간을 질질 끌테니까)



4. 그리고 실행에 들어갔다. 약간의 테스트타입을 만들고 팀원들을 모아 시연했다. 다들 흥미로워하는 분위기. 고무된 나는 "재밌죠?" 라고 추임새를 넣었는데 맙소사... 팀장놈이 갑자기 "재미없는데?" 이러는게 아닌가. ㅎ ㅏ... 어이가 아리마셍.



5. 테스트타입은 분명 모두에게 공유했던 그 내용 그대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뭐가 재미없대. 첫 회의에서 테스트타입을 만들기까지 그 사이에 바뀐것은 없다. 내용이 추가된것도 없다. 근데 갑자기 "재미없다"는 거다. 아오 샹 진짜 레알 빡이 마구쳤다. 아니 그럼 니가 만들어보던가. 내가 임의로 만든것도 아니고 팀 회의를 통해 결정된거고, 거기서 나온 이야기를 토대로 결과물을 가져갔는데 갑자기 왠 시비냐고? 순간 너무 황당하고 짜증이 솟구쳤다. 아니. 정말로. 그렇게 별로면 니가 하시던가. 꼬우면 핸들 잡으시고 엑셀 밟으세요 시밤바.



6. 그리고 퇴근을 했는데... 아직까지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팀장시키 그동안 내가 지 그림자처럼 지가해야할일 다 해다 갖다 바쳤더니... 결국 돌아오는건 빈정거림인가. 능력도 없는게 맨날 나한테 의지하면서 그 흔한 칭찬 한마디 안하는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아니 내가 별로라고 생각하면 나한테 의지를 하지 말던가. 맨날 입만 열면, 너밖에 할 사람 누가있어... 에이 이런거 제일 잘하는 사람이 해야지... 이 지랄하면서. 시발ㅗ



7. 재수없는 팀장시키땜에 하루 기분이 완전 꽝이다. 열받아서 떡볶이 사먹었고 스피닝도 안갔다. 이 글이라도 써야할것 같아서. 아오... 진짜 내가 아무 아이디어도 내지 말아볼까. 새퀴가 사람 귀한줄을 모르고... 매번 갖다바치니까 고마워하기는 커녕 이죽대는 꼴을 도저히 못봐주겠다. 아오 능력이 없으면 말이라도 예쁘게 해야지. 어디서 못난 자존심을 세우는지 모르겠다. 나한테 도움받는게 자존심 상해서 그러세요? 그럼 니가 하고 임원한테 졸라 깨지시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