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앞의 생/끄적끄적

트위터를 삭제했다

김핸디 2018. 6. 17. 23:04



#1. 

그래, 뭐, 트잉여라는 자의식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 나 잉여다. 좀 빈둥거리면 안돼? 여타 sns에 비해 찰진드립과 사회적이슈가 어디보다 빠르게 오르락내리는 곳! 그곳이 바로 트위터아닌가. 트럼프도 새벽에 한줄 의견을 남기는 곳! 실트로 허구헌날 싸우고, [출근] 과 같은 일상적인 단어를 서치해도 이상하게도 연성이 먼저 튀어나오는 덕후들의 성지... 그곳이 바로 트위터가 아닌가!  그래서 뭐, 여기서 좀 눌러앉아 놀겠다는데, 트잉여라서 뭐, 어쩌란 말인가. 


#2.


그렇지만, 갈수록, 이건 아니다 싶었다.


처음에는 퇴근 후 버스에서 몰아보는게 다 였다. 아니, 회사에서 중간중간 화장실에 앉아 훑어보는것도 추가하자.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퇴근하면 트위터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트위터를 하면서 30분만, 1시간만... 이렇게 허비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갔고, 말로만 듣던 스마트폰 중독이 이런건가 싶은 마음에 불안했다. 게다가 잠들때면 늘 '아 아무것도 안하고 트위터만 했는데 벌써 새벽 1시야' 라면서 뭔가 패배감에 젖은채로 잠드는 나날들. 아아, 정말이지, 이건, 아니지, 않은가.


#3.


그래, 뭐, 그래도... 사회생활에 문제될 정도는 아니었고, 주말에는 친구들도 만났고, 책도 읽고, 방통대 공부도 했는데, 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분-1시간정도 트위터를 붙잡고 있다가 잠이들때면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하는 자기비하의 심정이 끊이지 않았다. 너는 오늘도 하루를 허비했어. 도대체 왜, 그렇게 쓸데없이 이슈에 골몰하는 거야? 게다가, 무엇보다도, 그 이슈들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도 아니잖아!



#4.


그래서, 그리하여... 트위터를 지웠다. 스마트폰을 사면 트위터부터 까는 내가... 하루에도 수십번을 트위터를 들락거리던 내가... 트위터를 삭제한것이다. 물론 안 하겠다, 는 말은 못하겠다. 중독(이라고 감히 말하겠다)이란건 원래 그렇게 한번에 무 자르듯 되는게 아니니까. 그렇지만, 일단은, 정말이지 퇴근하고 나서 트위터만 들여다보는 삶은 멈추고 싶다. 퇴근을 하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청소를 하고, 공부를 해야지. 30분만 30분만 하면서 의자에 앉아, 트이타만 들여다보는게 아니라! 


건.설.적.인.일.을.하.고.싶.다. 


진짜로, 정말이지, 뿌듯하게,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