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는 세상

싸인 20회 中 이명한(전광렬) 오열씬

김핸디 2011. 3. 13. 20:24


20회 최고의 명장면은 광렬갑의 눈물연기. 정말 보는이로 하여금 연기자의 애절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그의 연기에 많은이들이 그러했듯 나또한 감탄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명한이라는 캐릭터를 많이 좋아했다. 그건 그가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명예나 부를 추구하기보다는 진정성있는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윤지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언제나 젊은 시절의 자신을 바라보는듯한 애틋함이 서려있었다.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훼방을 놓지만, 바라볼수록 젊은시절의 자신의 열정과 양심이 떠올려지는 윤지훈을 대하는 복잡미묘한 감정. 그리고 그 어려운 감정선을 전광렬이라는 배우는 너무도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20회에서 윤지훈의 죽음을 바라보며 그가 흘렸던 통한의 오열은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그는 내심 자신이 가지 못했던 길을 윤지훈이 완성해주기를 바랬을런지도 모른다. 그가 권력을 가지면서부터 지켜주고 싶었던 독립적인 국과수,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국과수의 모습은 법의관 윤지훈과 가장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한 원장은 먼저 윤지훈의 길을 걸어왔던 사람이었고, 그는 윤지훈에게서 자신이 다시 돌아가야할길을 상기했을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너무 먼길을 가 버렸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 이명한의 루비콘강은 결국 '윤지훈의 죽음' 이 되어버렸다. 자신이 지키고 싶었던 그 길, 그러나 이제는 마주할 수 없는 길. 그곳에서 이명한은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언젠가는 돌아가려고 했던 그 길... 그러나,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길을 스스로가 지워버리고 있었던거다. 강치현도, 정병도도, 윤지훈도, 모두 그렇게 그의 곁을 떠났다. 죽음을 선택한 윤지훈은 차라리 나았을거다. 아마 이제 이명한은 평생 '살아남은자의 슬픔' 을 간직하며 살아야겠지. 

전광렬이라는 배우는 정말 이 장면에서 최고의 명연기를 펼쳐보였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명한이라는 캐릭터는 자기 좋을대로 변명이나 늘어 놓는 권력 지향자로밖에는 보이지 않았을거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그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름만으로도 작품을 신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배우목록에 나는 기꺼이 이제 전광렬이라는 이름 석자를 올려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