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꿈은 과거의 극장이다, <꿈의 해석>
김핸디
2010. 9. 2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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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프로이트 꿈의 해석 - ![]() 최현석 글, 이상윤 그림, 손영운 기획/주니어김영사 |
잠을 많이 자서 그런가, 요즘 들어 유난히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평상시에는 별로 기발하지 못한 나지만, 꿈만 꾸면 그 내용들이 어찌나 판타스틱한지.. 꿈속에서도 '이꿈은 꼭 기록해둬야돼' 라며 발버둥치곤 한다. 이를테면 나에게 꿈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환타지 영화인셈. 어린이도 아니면서 허구헌날 총천연색 꿈에서 허우적대기가 어느새 거의 한달 째, 미루고 미루다가 '만화로 만날 수 있다기에' 내친김에 프로이트를 만나보기로 했다.
프로이트는 말한다. 꿈을 꾸는 동기는 '소원성취' 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아, 그래서 내 꿈에 그렇게 박신양씨가 많이 나왔던것인가. 어제도 그와 매우 친밀하게 팬미팅하는 꿈을 꿨던, 파슨이인 나는 얼굴이 붉어진다. 그런데 가만. 며칠전에 나는 사촌동생이 모는 버스를 타다가 죽을뻔했고, 고등학교때는 작아진채로 물컵에 빠져 담임선생님한테 잡아먹히지 않았던가. 이런것들이 모두 나의 '소원성취' 에서 비롯된것이라고?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꿈속에서 즐거운일 못지 않게 괴로운 꿈을 많이 꾼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그것 역시 '왜곡된 형태' 일뿐 모두 '소원성취' 의 동기에서 비롯된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존경하던 동료를 비난하는 꿈은 사실은 자신이 그 동료들을 누르고 교수가 되고싶은 '야망' 을 표현한 것이고, 자신의 둘째 조카가 죽는꿈은 첫번째 조카의 장례식에서 만났던 연모하는 사람을 다시금 만나고 싶은 '애정' 을 표현한것이라고 한다. 충족하고 싶은 욕구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할때, 꿈은 그것을 왜곡의 형태로 드러낸다는것이다.
꿈은 주로 '채워지지 못한 잠재의식속의 욕구' 가 잠자기 2~3일전의 사소한 경험들을 재료삼아 정신의 검열을 통과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꿈 속의 인물은 실제의 여럿인물이 합치된 모습이기도 하며, 라이언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꿈속에서는 사자의 모습을 하고 등장하기도 하는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제조된다. 그렇기에 꿈은 해석하기가 쉽지 않으며, 꿈 꾸는 사람의 개인적.사회적 배경과 경험등을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일이라고 한다.
꿈은 분석할만한 가치가 있는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연구를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무가치하다고 여기고 있지만,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굉장한 흥미가 생겼고, 정신분석에 대해 연구해보고싶다는 충동마저 들었다. 그가 말하는 꿈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였고 내가 알지 못하는 내 자신을 들여다볼수있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깨어있을때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수면중에 기억해내는 꿈. 블랙박스도 아니건만 내 과거를 나도 알수없게 하지만 분명히 잊지않고 있다는게 얼마나 놀라운일인지.
잠은 시간 낭비, 라고 외치며 '아침형 인간' 을 부르짖는 사회의 풍토를 비웃어본다. 잠 자는 시간은 어쩌면 가장 진실하게 나 자신을 마주하고 가장 순수한 인간형태로 돌아가는 귀중한 시간이 아닌가. 이제부터는 좀 더 꿈에 집중해봐야겠다 싶다. 꿈은 나에게 무언가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도 모르니까. 가장 재미있게 내 과거의 이야기를 매일매일 상영하는 나만의 극장! 그런데 정말, 나는 대체 왜 사촌동생때문에 죽을뻔한 꿈을 꾸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