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앞의 생

[AWESOME] 2. 모자와 머플러를 두른다는 것

김핸디 2011. 12. 10. 22:57



2. 모자와 머플러를 두른다는 것 아빠가 베트남친구에게 줄 선물을 함께 사러 가자했다. 뭘 살건데? 내가 묻자, 실크스카프란다. 벙쪄서 어? 거기 더운 나라잖아. 무슨 스카프가 필요해? 라고 되묻자, 아빠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사람들은 더운 나라에서 살아서 그런지 조금만 선선해도 되게 스카프 같은걸 둘러보고 싶어 하더라구. 아... 마음속에 순간 전구가 켜졌다. 전 세계의 수많은 인구중에서, 어느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겨울' 혹은 '추위' 라는것을 동경할 수도 있겠구나. 우리가 춥다고 두르는 스카프, 머플러, 털모자등이 부러울 수도 있겠구나. 나한테는 너무 당연해서, 추위 같은거, 겨울같은거 고맙게 생각한 적 없었다. 하지만, 내가 당연하게 누리는 이 겨울을 누군가는 동경하고 있는것이다!

방안을 둘러보니 온통 겨울용품이 그득그득했다. 빨간색 방울 모자, 진회색 트래퍼 햇, 빨간색 체크 털모자, 노르딕 니트, 체크 머플러, 워머, 벙어리 장갑, 겨울용 호빵맨 슬리퍼, 패딩, 코트, 야상 등등등. 많고도 다양했다. 참, 그러고보니 겨울용 옷을 사고, 소품을 고르고, 매일같이 '오늘은 뭐랑 매치하는게 나을까' 를 고민할 수 있는것이 즐거움인거구나. 이게 더운나라 사람들이 '한번쯤' 은 동경하고, 꿈꾸는 일상이겠구나.

머플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트래퍼 햇을 쓰고, 장갑을 끼고, 어그부츠를 신고나가 길거리를 괜히 한 바퀴 돌았다. 코끝에 전해오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이 계절을 마음속으로 가득 품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아, 겨울이구나. 어느곳에 사는 사람들은 평생 느껴보지도 못할만한 추위로구나.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입김을 불었다. 내 앞으로 하얀 연기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토록 마술같은 일상이라니! 겨울을 누리는게 이토록 아름다운일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AWES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