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성룡 주연의 영화에서 악당이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라" 그러면 주인공이 분개하곤 하는데, 저는 사실 그게 그렇게 억울한가 싶었어요. 그냥 가랑이 사이로 나와서 집에 가면 되잖아요.(청중 웃음) 굳이 복수할 필요도 없고, 저는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무릎 꿇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한 번도 운이 나빴던 적이 없었어요. 나이 마흔이 넘어서 생각해보니 '사람이란 게 자기 앞을 스쳐가는 수십 번의 기회를 모른 채 살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요. 왜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기회라는 놈은 뒷머리채가 없다'. 앞으로 달려서 쑥 지나가는데, 뒤를 돌아 잡으려고 하면 대머리인 거지요.(청중 웃음) 직감적으로 스쳐가는 운을 낚아챌 수 있는 방법은 '갈증' 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만큼 그 일에 굶주려 있는냐. 항상 그 일을 생각하고 지켜봤기 때문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겁니다.
희한한 건 초반에 잘된 사람치고 끝이 좋은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청중 웃음) 이건 정말입니다. 절 보면 아시겠지만, 학교 다닐 때 잘된 친구들 중에서 지금 활동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혹시 다른 동물로 변했는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청중 웃음)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재능이 있었거든요. 너무 빠른 축포와 샴페인은 더 많은 걸 잃게 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아시겠지만 끝까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청춘들, 너무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통은 인구의 2-3 퍼센트만 느끼고, 저희는 문제점만은 알고 있어서 그들이 변혁을 시도하려 할 때 박수 쳐주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구성원이 많이 웃어야 좋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다들 잘 되겠지요. (청중 웃음)
- 장항준, 한겨레21 제 8회 인터뷰 특강 中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지 말라고 외치는 사람은 많아도, 무릎꿇기 보다는 서서 죽기 위한다는 사람의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무릎 꿇는게 제일 쉽다고, 그러니까 그까짓거 웃으면서 가랑이 사이로 한번 들어가자고,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그런데 그게 굴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유쾌함으로, 또는 강한것을 웃으며 이기는 통쾌함으로 보이니 묘한 일이다.
장항준, 한 없이 가벼워보이고 유쾌해보이는 사람. 그에게서 새로운 삶의 방정식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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