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은 다만 자아실현을 위한 조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떤 분야건 어떤 정서와 능력을 갖고 있건 자기 적성과 능력에 따라 내가 하고 싶은 일, 이 사회에 나를 작용시키는 일, 그래서 이 사회에 나의 발자취를 남기는 일, 그 속에서 내가 보람과 의미를 느끼는 일을 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느끼는 고민의 정체가 바로 이걸 겁니다. '나는 88만원 세대인데, 비정규직, 알바밖에 할 게 없는데 무슨 놈의 자아실현이냐' 이 얘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제가 두 손 모아 간곡히 당부하고 싶은 것은 유보만 하자, 포기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오로지 소유물로 비교당하는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생존 조건을 무시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아실현입니다. 절대로 자아실현을 놓치지 말자는 겁니다. 그래서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유보하되 포기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인간의 능력은 시간과 함께 성숙합니다. 따라서 의지를 갖고 끝없이 긴장을 유지하면, 시간과 함께 자아를 실현하면서 생존이 담보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며, 아무리 엄중한 사회라도 그런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을 절대로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유보하되 포기하지 말자. 죽는 순간까지.
내일 지구가 망할지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에 빗대 말하자면, 미래의 불확실성을 오늘의 불성실에 대한 핑계로 삼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톨스토이의 말처럼 나에게 소중한 사람에게 성실하고, 또 두말할 것도 없이 스스로에게 성실했으면 좋겠습니다. 소유물을 갖고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성숙했는지, 그리고 나의 인간관계가 오늘보다 내일 더 성숙할지, 즉 존재와 관계의 성숙을 목표로 하는 비교만 남겨뒀으면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유배된 혹은 유배되었던 청춘끼리 공유했으면 좋겠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 홍세화, 한겨레 인터뷰 특강 中
자아실현과 생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
생존을 위해 노력하되, 자아실현을 위해서도 포기하지 말자는 당부를 가슴에 새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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