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위1 청춘의 그림자, <중경삼림> 그 때는 그랬다. 지금 소설 좀 읽는 사람들이 으례 하루키를 이야기하듯, 당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왕가위'의 이름은 빠질 수 없는 안주거리였다. 한 때는 시네키드였고, 영퀴방 죽순이었던 나도 마찬가지였다. 왕가위를 그런 식으로 '소비' 하곤 했었다. 사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중딩 시절부터 왕가위, 중경삼림, 크리스토퍼 도일같은 키워드는 나의 지적허세를 장식해주는 도구로 빈번히 사용되곤 했다. 왕가위를 처음으로 접했던건 고등학교 2학년 때, 였다. 막연히 동성애라는 소재에 끌려 선택한 영화, 청소년들이 절대 봐서는 안 될 영화로 분류되던 그 영화를 집었던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후회했다. 지루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대(?)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2013. 11.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