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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시대

노무현을 생각한다 (주진우의 현대사, 노무현편을 듣고)

by 김핸디 2012. 12. 26.

 

 

노무현을 생각한다. 이상하게 대선 이후 가장 많이 생각나는 사람은 문재인 후보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이었다. 우리가 어떻게 노무현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가질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째서 문재인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가질 수 없는걸까.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2002년 대선의 기쁨과 승리도 없었겠지만, 죽음도 없지 않았을까. 따뜻하고 정직하게 살았던 인간 노무현은 손자, 손녀 재롱을 보며 행복하게 나이 들지 않았을까. 모든일에는 공짜가 없다지만, 그 분을 대통령으로 가진 댓가가 그렇게 클 줄 알았더라면 나는 2002년의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대통령이 되었어도 끈덕지게 괴롭히고 흔들었을테니 개인 문재인으로서는 오히려 권력을 잡지 않는게 낫지 않았을까. 우린, 어쩔 수 없이, 지는 선택을 반복해야만 하는걸까.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것 입는것 이런 걱정 좀 안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면 

적어도 살기가 힘들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일은 좀 없는 세상, 이런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주진우의 현대사 15, 노무현 편 中


 

 

 

주진우의 현대사, 마지막회 노무현 편을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랬다. 단 한번도 이득에 따라서 움직이지 않았다. 어렵게 공부한 사법고시, 판사임용이 불투명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좌익활동을 했던 아버지를 뒀던 아내를 껴안았고, 유력 정치인이었던 김영삼이 3당 합당을 했을 때도 따라가지 않았다. 청문회 스타로 이름을 날린 상황에서도 서울로 가기보다는 부산에 남았고, 민주당 깃발로는 안 된다는걸 알면서도 지역주의 청산을 위해 번번히 부산에서 낙선을 겪었다.

 

 

그는 언제나 '나에게 이득이 되는것인가' 를 따르기 보다는 '그것이 옳은가, 과연 합당한가' 를 놓고 따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많은 시련과 좌절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사랑했고 존경했고 또 영원히 가슴에 묻었다. 그 분의 참여정부는 결코 성공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신념을 평생동안 지켜왔고, 그 길을 가면서 불이익이 있다면 그것을 기꺼이 감수할 줄 아는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사람사는 세상' 과 '정의가 이기는 세상' 을 꿈 꾸었던 영원한 소년이었다.

 

 

실패가 눈에 훤해도, 불리함이 너무 쉽게 눈에 보여도, 자신이 가야하는 길이라면 그 길이 맞는 길이라면 기꺼이 걸어 가라고 말하고 있는 노무현의 삶. 그를 다시 돌아보며 마음을 다진다. 그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다시 노무현이 되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