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뭐라고... 간만에 폭풍 눈물을 흘렸다. 영화는 전형적인 컬트다. 첫 장면에서부터 그로테스크하기 그지없는 여자들이 떼로 몰려나와 노래를 불러댄다. 주인공의 천진난만한 표정과 여자한 다크한 기운이 마구 교차되노라면, 관객은 '이 영화 대체 뭐야?' 하고 어안이 벙벙해지고야 만다. 그러나 그때, 컬트영화의 제 1규칙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제 1규칙. '컬트영화는 절대로 규정되어지지 않는다.'
일본 영화 특유의 발칙한 상상력이 재미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병맛스토리가 이어져도, 영화의 본질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에 있다. 이 영화가 일부 오타쿠들을 위한 영화가 아님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모두에게 '꼴순이'라고 놀림만 받는 히로코, 그녀에게는 늘 좋은말로 격려해주고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할아버지가 있다. 그를 위해, 그에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결혼을 결심한 그녀. 그러나 변태 집주인이 죽는 갑작스런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녀의 인생은 완전히 꼬여버린다.
이 영화가 좋았던 건, 정말이지 100% 꼬여버려서 더 이상 나아갈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이끌고 가는 힘이었다. 그냥 해피엔딩도 아니고, 모두에게 해피엔딩! 무려 시체를 든 가방을 들고다니는 히로코에게 코지야바라는 인생의 친구가 생기고, 그녀와의 모험을 통해 히로코는 한층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모험의 길에 스쳐지나간 모든 사람들에게, 히로코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천사' 가 된다. 어째서 이렇게 될 수 있었을까. 시체가방을 들고 다녔던 끔찍한 모험이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그 과정을 지켜보는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다. 일본애들은 어쩜, 막다른 골목에서도 이렇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건지. 루저들의 고군분투를 이렇게 자기스타일대로 그려낼 수 있는건지! 일본영화 특유의 병맛코드와 휴머니즘이 어우러진 독특한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코미디 영화로 선택하고 봤는데 어쩐지 웃기보다는 울음이 더 많이 터져나왔던 영화. 인생도 언제나 영화처럼, 모험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럴 때 우리의 질문은 바뀌게 될 것이니까. 더 이상 '어떡하지?' 안에 갇혀살 필요는 없다.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서처럼, 인생의 모든 막다른 골목이 오더라도, 이제는 중력을 이겨내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응답해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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