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대부분은 생각없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 생각한 필요한 일을 무의식적으로 조종하고 싶어하는 '똑똑한' 이들이 있다. 나에게 주어진 권리와 이성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타성에 젖어 분위기에 휩쓸리고, 타인에 휩쓸려 나를 잃게 된다. 대중의 역할은 필요하지만, 제게 주어진 역할을 망각하고 휘둘리기만 하는 대중은 '선동하는 천재적 범인' 의 존재보다 훨씬 더 무섭게 사회에 악이 된다.
주인공인 안도와 준야는 보잘것없는 자신의 재능으로 무이성의 광기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그들이 가진 능력은 이누카이가 가진 카리스마나 천재적 능력에 비하면 하찮은것에 불과하지만, 안도가 늘 해왔던 말처럼 '엉터리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생각을 믿고 대결해 나간다면 세상은 바뀐다' 라는 믿음으로 포기하지 않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는 허망하지만, 그게 '나의 생각' 이라면 최소한 부딪혀보기라도 해야 바위에 흔적이라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내가 생각하는 말을 할 수 있게하는 안도와 10분의 1의 확률에서 항상 이기는 준야 형제의 초능력은 재밌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은 촘촘하지 못해 아쉬운점이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랬듯 이사카 고타로는 내게 소설을 읽고난뒤의 따뜻한 감성을 안겨주었다. 그러니까 마치, 그대가 보기에는 몹시도 참담한 풍경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아름다운 파란 하늘과 맑게 트인 바람뿐, 이라던 책 속 싯구절이 떠오르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내가 생각하고 내가 상상하는 세계에서, 점점 더 길거리를 오가는 마차에 올라타기만을 바라는 삶을 사는건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마왕의 존재가 무서운것일까, 그런 마왕을 있게끔 조성하는 사회가 더 무서운것일까.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훨씬 더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것들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무진장 큰 규모의 홍수가 났을때, 나는 어느 자리에서 존재할게 될까. 생각해..생각해..라며 스스로를 다그치던 안도를 떠올리며 묻는다.
- 무솔리니는 최후에 애인인 클라라와 함께 총살을 당하고, 시체는 광장에 공개되었다는 모양이야. 군중이 그 시체를 향해 침을 뱉고 매질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시체를 거꾸로 매달게 되었는데 그러자 클라라의 치마가 뒤집혔지. 군중들은 굉장히 즐거워했대. 죽여준다, 속옷이 휜히 다 보인다, 하며 흥분했겠지. 그런데 그때 한 사람이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치마를 올려주고 자신의 허리띠로 묶어서 뒤집히지 않도록 해줬대. 대단하지. 사실 나는 늘, 최소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 치마를 올려주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 사람들이 날뛰고 소란 피우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겠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무섭기도 하고. 하지만 최소한 있지, 뒤집힌 치마 정도는 바로잡아줄 줄 아는, 뭐 그게 무리라면 치마를 바로잡아주고 싶다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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