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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반드시 바뀐다, <헬프The Help>

by 김핸디 2011. 11. 17.




사람들은 매일 선택을 해야 해.
내가 바보같은 사람들의 나쁜 말들을 믿을 필요가 있나? 하는 질문에 대해서.

- 헬프 中


  미국에는 WASP가 있다. White-Anglo-Saxon-Protestant 의 약자로, 백인이면서 앵글로 색슨족인 기독교인을 뜻한다. 이는 소위 말하는 미국의 파워엘리트 계층을 일컫는 용어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서, 이들의 견고한 기득권이 깨졌다. White 가 아닌 첫 대통령, 오바마의 탄생은 미국 역사의 새로운 진보를 쓰는 순간이었다.

  오바마가 대통령 출마 결심을 굳혔을때, 그의 부인 미셸은 "당신이 대통령이 되어서 얻고자하는게 뭐죠?" 라고 물었고, 오바마는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내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그 전까지는 단 한번도 대통령이 될 생각을 못했던 수 백만명의 어린아이가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게 될거예요. 세상이 바뀌는 날이죠."

  그의 말대로 세상은 바뀌었을까. 이 영화 헬프를 보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과거는 그랬다. 흑인은 안 됐다. 백인과 같이 화장실을 써서도 안 됐고, 교과서를 서로 바꾸어서도 안되었으며, 같은 병실에 존재해서도 안됐다. 어디 흑인 뿐이랴, 우리의 과거는 그랬다. 여자는 안 됐고, 상놈은 안 됐다. 그런 세상이었다.

  유시민은 일전에 저자 강연에서 '역사를 뒤돌아본다면 어떻게 진보의 가치를 믿지 않을 수 있겠냐' 라고 되물었던적이 있었다. 돌아보니 그랬다. 우리의 역사는 언제나 진일보했다. 안 된다, 라는 말에 마침표를 지우고 '왜 안돼?' 를 외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 모여 변화를 이루어냈던것이 우리의 역사였다. 좀 더 평등하게, 좀 더 상식적으로, 좀 더 '인간' 에 가깝게. 늘 그렇게 바뀌어왔던 것이다.

  영화는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시시피 주, 백인 나리들의 밑에서 억압받고 소외당했던 흑인들의 유쾌한 반란기를 그린다. 용기를 가진 한 사람, 그리고 그의 손을 잡은 두번째 사람, 마침내 합류하게 된 세번째 사람이 모여 집단이 되고 거대한 풍랑을 만들어낸다.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 나의 싸움이 정당하다는 믿음, 나를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감동적이었다. 흑인이 대통령을 하는 나라에서, 그토록 심한 인종차별과 흑인이라는 이유로 당해야했던 멸시의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새삼 진보의 위대한 가치를 확인케했다.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인공의 마지막 발걸음에서 굴복하지 않을 결연할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나아갈것이다. 느리지만, 담담하게 그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젠가는 반드시 바뀐다.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누군가에 의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