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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마음이 중요해요, 나한테는. <완득이>

by 김핸디 2011. 11. 3.



  따뜻하다, 이 영화.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지만 눈물 짓게 하는 부분도 많았고, 흐믓하게 미소지어지는 부분도 많았다. 제목은 완득이 라지만, 동주 선생님 캐릭터가 더 와닿았고, 이런 선생님 나에게는 있었었나 하고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런게 드라마와 다른 영화만의 매력인듯하다. 드라마에서는 이런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을 만나보기 어렵다. 드라마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것은 주로 재벌 왕자님과의 대비를 위한 '밑밥' 에 불과하고, 사회적 소수자가 나오기야 하겠지만 여러 인물들중의 비중없는 조연일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주인공은 지독한 가난에 찌든 고등학생 소년이고, 그의 아버지는 곱추이며, 삼촌이라는 사람은 바보, 엄마는 외국인 노동자이다. 선생님은 욕을 밥먹듯 해대고, 까칠하고 예민한 동네 아저씨는 소리만 질러댄다. 근데, 이렇게 '겉보기에는 하자많은' 사람들이 풀어가는 이야기가 어째 참 따뜻하다. 연민도 없고, 동정도 없다. 그래서 보는 내내 맘이 편하다. 결말을 보노라면 가슴이 뿌듯해진다.

  영화 중간에 완득이(유아인 분)는 엄마와 이런 대화를 나눈다.

  한국 오기전에 아버지 저런 거 아셨어요?
  아버지 몸 불편한거 아시고 오신거에요?
  ... 아니요. 그치만 괜찮아요. 마음이 중요하니까요, 나한테는.

  울컥했다. 쉽지만 중요한 저 말, '마음이 중요하다' 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아서 박혔다. 그러고 보니 완득이 속 인물들의 겉모습이 아닌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라면 끔찍히 여기는 완득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서 일하다가 구치소까지 다녀오는 동주선생, 부인이 무시당하는게 보기 싫어 자신으로부터 놓아준 완득이 아부지, 그런 아부지를 유일하게 어른대접하는 삼촌. 마음이 뭉클했다.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가, 얼마나 가치있는 사람들인가.

  결국, 동주선생의 역할이 중요했던것 같다. 가난이 죄가 아니라고 하면서 괜히 완득이한테서 보급품도 뺏어먹어보고, 하고싶은게 생긴게 중요하다면서 킥복싱을 적극 지원하고, 완득이 아버지한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인사하고 안부묻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자신의 아버지마저도 고소할 수 있는 그런 사람. 그 한 사람의 존재가 완득이와 그의 가족, 그리고 동네를 변화시켰다.

  완득이를 통해 느낀 따스한 감정과 깨달음,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 스무살이 넘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청춘소설, 청춘영화가 필요한가보다. 동주 선생같은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 낮은곳에 있는 사람들과 삶을 나누며, 사람들 사이에서의 가치를 마음에서 찾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