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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팔도유람

봄꽃여행, 남해 다랭이마을 그리고 남원 광한루원

by 김핸디 2012. 4. 15.



늘 가고싶었더랬다. 가천 다랭이 마을. 영화 촬영지로도 많이 나왔고,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유명하던 그 마을. 하지만 너무 멀었고, 차로 가지 않는다면 불편한 위치였고, 그래서 망설였다. 하지만 나는 이제 운전을 할 수 있지않은가. 금요일 밤, 그래서 꽤나 즉흥적으로 남해로 떠났다.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봄의 다랭이마을은 만끽할 수 없어! 라는 의지 하나만을 가지고. 저녁 8시에 출발해서 새벽 세시 반에 도착한 꽤 긴 여행길. 하지만, 설레임은 피곤마저도 잊게 만들어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눈을 돌리면 유채꽃이 숨이 막히도록 가득했다. 그리고 내려다보이는 바다. 말이 필요없는 장관이었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걷노라니, 오랜시간을 달려온 시간을 충분히 보상받는듯 했다. 아, 바다다. 그리고 꽃이다. 봄이 왔구나.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마을을 벗어나서 집으로 올라오던 길. 벚꽃잎은 자꾸 창가로 비가 되어 흩날렸고, 눈 앞의 빨간색 관광버스는 벚꽃잎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것이 그 노래로만 들어오던 벚꽃의 종결자 '벚꽃엔딩' 이로구나!





유채와 벚꽃은 다랭이 마을이 아닌 곳에서도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건, 길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유채꽃밭. 저 멀리는 벚꽃이 아른아른 거리고, 유채꽃밭 옆에는 놀이공원에서나 볼듯한 튤립이 가득했다. 하지만, 튤립은 왠지 인공적인 느낌이 들어서 사진으로는 패스. 역시나 사람이든 꽃이든, 나는 화려한것보다는 단순하고 은은한것이 더욱 좋더라.





사실, 다랭이마을에서 곧장 집으로 올라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저 고속도로가 지겨워서 국도로 달려오는 길에 전남 구례를 거쳐 남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기엔 남원루원의 벚꽃이 너무도 황홀했다. 남쪽이라 다르긴 달랐다. 서울은 아직 설익은 벚꽃이 주를 이루고 있다면, 남원의 벚꽃은 완전히 농익은 모습이었다. 따뜻한 날씨, 춘향이와 이몽룡이 만났을 그곳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벚꽃을 구경하는것은 또 남다른 재미였다.


처음 가본 남원은 생각보다 훨씬 더 예뻤고, 그래서 곧 열린다는 '춘향제' 시즌에 다시 한번 방문하고픈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 이토록 따뜻하고 포근한 정경이라니! 매년 봄꽃여행을 즐겨왔지만, 올 해 만난 봄꽃들은 정말 숨막히게 흐드러져 내 정신을 아득하게 할 정도였다. 행복하다. 너무 행복해. 라는 말이 끊이지않았던 남해, 그리고 전라도 봄꽃여행. 나의 인생의 한페이지는 그렇게 또 아름답게 채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