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연극을 한 편 보고왔다. 제목은 <취미의 방>. 내가 좋아하는 <키사라기 미키짱>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래서 믿고 관람했고, 결과는 역시나! 였다.일전에 내가 <키사라기 미키짱> 을 보고 느낀것은 '덕후의, 덕후에 의한, 덕후를 위한' 작품이라는 감동이었다.(왜냐...나도 덕후이기에=ㅁ=) 그리고, 이 작품 <취미의 방> 역시 다른 각도로, 더 폭넓게 덕후들을 품어낸다는 점이 무척이나 좋았다.
수상쩍은 방이 하나있다. 그리고 그곳은 네 남자가 오직 취미를 위해서만 만들어놓은 공간이다. 창작요리가 취미인 남자, 건담짱팬인 남자, 고서수집이 취미인 남자, 그리고 아직 그렇다할 취미를 찾지는 못했지만 취미를 찾기에 골몰하는 남자. 이렇게 네 명의 남자는 오직 취미를 위해서만 만들어진 이 방에 모여서 자신들만의 즐거움을 찾는다.
그러던 어느 날(모든 사건의 시작이 그러하듯이...) 한 명의 여자경찰이 들이닥치며 그들의 취미의 방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고요한, 그리고 우아하게만 보이던 그방의 네 남자는 사실 제 각기 목적을 가지고 그곳에 있었고, 경찰의 등장으로 자신들의 이야기가 상대를 향한 의심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그 두터웠던 크레믈린은 근본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 대학시절부터 연극을 즐겨봐왔지만, 역시나 연극은 재미있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웃음은 대개 예상치 못한 전개와 배우들의 익살스런 연기, 연극을 보러온 관객들의 들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연극만의 무기라고도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취미의 방>은 별 다섯 개. 끊임없이 터지는 웃음끝에 만나게 되는 취미에 대한 진지한 고찰까지. 연극이라는 대상에 매료되기도 무척 오래간만이었다.
취미가 있습니까? 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무엇을 좋아하든, 좋아하는 대상을 가지고 몰두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덕후 욕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든지 그렇게 뜨거웠던적이 있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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