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간 칼 폴라니를 읽었다. <거대한 전환>이라는 제목만큼이나 책은 거대했고, 그 두께만큼이나 내게는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한장씩 읽고 요약 페이퍼를 작성했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초반이니 그러려니 했다. 중반까지 그런 작업을 반복했고 스피넘랜드 법을 자꾸 언급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점점 지쳐가기에 이르렀다. 내가 어쩌다가 이 책을 발표주제로 선택해서 이 생고생을 하는지...내 경망스러운(?) 선택에 한탄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도 결국 오늘 아침에 이르러서는 이 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완독의 기쁨도 잠시 머리속을 헤매는 ! 가 아닌 ? 기호를 달래주기 위해서 인터넷 자료들을 찾아 헤메야만 했다. 다행히도, 이 책의 역자였던 홍기빈씨의 강연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 스크롤의 압박을 견디며 장문의 글을 읽노라니..과연, 전문가의 손길은 달라서 나는 그의 강연을 통해 폴라니를 뚫는 핵심을 얻을 수 있었다. 아, 그의 명징한 해설에 나의 발표 준비에도 이제 제법 서광이 비치는듯 했다.
하지만 다시금 내가 요약해놓은 것들과 홍기빈의 강연을 조합해서 뭔가 매끄럽게 이어가보려니, 머리속에 넘치는 지식들이 너무 많아서 차마 정리가 안되는 지경에 이르고말았다. 그러니까, 뭔가 과부하상태랄까. 아 그러니까 폴라니의 핵심은 '자기조정시장은 유토피아적 허구다' 라는 것인데, 이걸 어떻게 처음부터 썰을 풀어서 결론부분까지 도출해낼까 하는 것을 가지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맵을 그려가고 있을 뿐이다.
오늘 1시부터 시작해서, 허각의 my heart를 무한반복시켜놓고(어제 치킨집에서 처음 들었는데, 좋더라+_+) 엉덩이가 짓무르고 눈이 충혈되고 귀에 딱지가 배길정도로 이어지고 있는 지난한 칼 폴라니 발표준비작업. 대가의 지혜를 깨닫기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은 너무도 힘겹고, 거인의 어깨는 늘 그렇듯 높아보이기만 하다. 으허, 내일까진 마무리해야하는데... 어떨런지. 폴라니씨, 이리 좀 오세요. 그리고 제 손좀 잡아주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