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네가 아니다. 너도 내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님'의 뼈아픈 엇갈림 속에서 서로 조금은 닮았을지도 모를 나의 잃어버린 분신을, 너의 잃어버린 조각을 발견한다. 우리는 타인의 육체에 접촉함으로써 나는 네가 아니고 너는 내가 아님을 확인한다.
.....
너와 나의 존재를 가르는 선명한 경계를 잊는 순간, 우리의 마음이 타인의 존재를 향해 무한히 가까이 다가가는 점근선이 되는 순간, 이 순간만은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만 진정한 내가 존재함을 깨달을 때, 너의 삶이라는 프리즘에 비춰보아야 비로소 나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나의 본질은 나에게 잊지 않다. 너의 본질도 너에게 있지 않다. 내가 너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너는 비로소 너다울 수 있고, 네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일 수 있다.
- 정여울, <시네필 다이어리2>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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