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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정한아, 달의 바다 中

by 김핸디 2011. 5. 26.


... 말이지. 나는 지금 백수야. 글쓰는 직업을 갖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포기했어.
나는 진중한 표정으로 고해성사하듯 그 말을 털어놓았다. 고모는 초콜릿을 앞니로 갉아먹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뭔가를 생각하거나, 아니면 초콜릿 맛을 음미하는 표정이었다. 웬지 후자에 더 가까워 보였다.
뭐야, 비웃는거야?
이유를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올라 내가 소리를 지르자 고모는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 아니, 그런거 아니야.
그럼 뭐야?
- 그냥,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지 않아서 말이야.
잘 드는 칼이 순식간에 배를 스치고 지나간 기분이었다. 내가 뭐? 라고 되묻자 고모는 씩 웃었다.
항상 너를 생각해보면 왠지 꼭 그럴 것만 같았어. 넌 평범한 애가 아니었으니까. 지금쯤 뭘 해도 안정을 못 찾고 헤매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백수라니, 내 생각과 딱 들어맞았잖아?

정한아, 달의바다 中






정한아의 <달의 바다>를 두번째로 읽는다. 아전인수격 해석이겠지만, 주인공의 고모가 던져준 '넌 평범한 애가 아니었으니까. 지금쯤 뭘 해도 안정을 못 찾고 헤매고 있을거라고 생각했지' 라는 말이 내 마음에 콱 와서 박혀버렸다. 스스로를 특별하다고까지 자부하는건 아니지만, 지금의 불안과 혼란이 다 이유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이나 마음 한켠이 편안해졌다. 책 속엔 정말 세상의 모든 답이 들어있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