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단막극을 즐겨보던 나는, 어제도 kbs드라마스페셜에 채널을 고정했다. 19 표시가 떠있길래, 뭘 하길래 19금이냐 싶어 봤고, 한고은이 나오길래 왠일로 한고은이 단막극에 다 나오냐, 라면서 봤다. 내용은 여성 동성애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그런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자체도 전혀 수위가 문제될것은 없어 보였다. 동생이랑 같이 보면서 '한고은 커플이 그냥 친구사이같다' 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그러나 우리나라는 역시 대한민국이었다. 방영 직후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는 글을 접했다. 내용에 관한 비난도 아니고, 단지 방영 자체에 대한 비난이었다. 동성애를 미화했다는 것. 어떻게 공영방송에서 동성애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를 방영할 수 있느냐는 비난들. 대개는 '유해하다' 라는 의견들이었고, 기사를 보니 '불쾌하다' 라는 의견도 있었던것 같다.
흠. 대체 뭐가 유해하고, 뭐가 불쾌한걸까. 드라마를 본 내 입장으로서는 쉬이 납득이 안간다. 이런 말 하면 어쩔런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감정은 오히려 연민에 가까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에 욕 먹고, 가족들이 등 돌리고, 그게 스스로이니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가 너무 크다는것을 새삼 실감할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동성애 미화라니? 누가 그걸 보고 그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는단 말인가. 그 힘들고 어려운 사랑에 대해서.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괴로운 그 감정들에 대해서.
무릇 누군가의 행동은 비난할 수는 있어도 그 존재를 비난할 수는 없는법이다. 너는 왜 머리숱이 적니, 왜 키가 작은건데, 눈은 왜 이렇게 크고? 이런식의 비난은 인간이라면, 이성이 있는 존재라면 해서는 안되는 머저리같은 질문들이다. 마찬가지로 너는 왜 동성애자인데? 라는 질문도 본질에 관한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선택한게 아니다. 고칠 수 있는것도 아니다. 그것이 그들이라면 있는 그대로의 그 사람을 받아들여만 한다.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은 단막극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결코 별 3개 이상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드라마의 내용이 아니라 방영에 관한것이라면 나는 기어코 찬성의 편에서서 이 드라마를 옹호하겠다. 존재에 대한 비난은 있어서는 안된다.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은 방영되어야 했고, 방영했으며, 방영 자체에 비난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 볼테르는 말했다.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권리에는 당신편에 맞서 싸우겠다. 볼테르가 옳다.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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