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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톨스토이의 청혼

by 김핸디 2011. 6. 17.


위대한 예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혐오했던 톨스토이. 그는 음악 및 공연예술을 극도로 꺼렸으며, 언어 역시 진실을 드러내기보다는 거짓과 허위를 위한것으로 간주하고 부정적으로 여겼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속에서 부정적인 인물들은 사랑의 언어를 남발하는것으로 그려졌으며, 진정으로 사랑하는 인물들은 말보다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추구하는것 모습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그랬던 그였기에, 사랑의 밀어를 속삭여야 할 청혼 역시 언어가 생략된 형태로 앞 글자만 따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그의 청혼이란 이런 것이었다.





톨스토이의 난해한(?) 청혼.
하지만 천생연분이었던 것일까. 그의 아내는 언어가 생략된 이런 비언어적 표현을 단번에 해석해냈다고 한다.






"당신의 젊음과 행복의 욕구는
내게 강렬하게 내 나이를 상기시키며
내게 행복이란 불가능하다는 걸 말해 줍니다"


부창부수란 이런것을 말하는것일지. 생각을 투영한 불완전한 문장으로 사랑을 고백한 톨스토이와, 그것을 완벽한 문장으로 해석해 버린 그의 아내. 톨스토이만의 기괴하면서도 로맨틱한 프로포즈에 어쩐지 내 마음도 설레이는듯한 기분이다. 오직 한 사람만을 해석가능한 불가해한 문장이라니... 아, 정말이지 낭만적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