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를 보는 순간, 뻑 갔다. 시간을 화폐로 쓰는 미래사회라니... 주연배우도 저스틴이고, 감독은 알아보니 <시몬>을 만든 앤드류 니콜. 개인적으로 <시몬>을 엄청 재미있게 봤던터라, 이 정도 스펙이면 더 볼 것도 없다 싶었다. 그리고, 어젯 밤 드디어 <인 타임>을 보았다.
초반은 역시 현란했다. 25살 이후 노화가 멈추어버려 동갑내기 같은 여자에게 '엄마' 라고 부르는 저스틴, 서로의 팔목을 맞대며 시간을 교환하고, 공장에서 일한 댓가로 시간을 주입받는 일련의 과정들. 눈이 번뜩이고 흥미가 진진했다. 하지만 뭐 그 뿐이었다. 이 영화는, 결론적으로 '서사' 가 없었다.
물론, 이야기야 있다. 하지만 잘 만든 영화에 으례 있게 마련인 '스토리의 미학' 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상상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않은가. 보물을 찾기위해 모험을 한다든지, 내가 사는 세계가 사실은 가짜였다든지, 꿈과 혀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든지, 하는것들. 소재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저런 소재를 쓰면서 성공한 영화들이 위대한 이유는 그 소재를 맛깔나게 가꿀줄 아는 탄탄한 서사가 존재했다는거다.
이 영화는, 소재를 일단 던져놓긴 했는데... 갈피를 못잡고 계속 헤메기만 한다. 타임키퍼를 완전 악역으로 그려서 그에 제대로 맞짱뜨는 히어로가 되든지, 시간이 화폐로 쓰이는 사회의 제도를 쳐부수는 선구자가 되든지, 금융재벌로 나오는 이의 비밀을 캐는 첩보물이 되든지, 뭐 이런 화끈한게 있어야 하는데, 여기저기 도망만 다니다가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마무리도 못해서 끝내고 만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뭐야, 저게 끝이야?' 라는 황당함이 나왔던것은 그래서였다. 흥미있는 소재를 던져놓고, 뭔가 여기저기만 들쑤시다가 '그래서? 결론이 뭔데?' 하고 눈을 초롱초롱 밝히며 다가서는 순간, '그래서 그렇게 됐다고..' 하면서 말을 흐리는듯한 느낌! 끝 맺을 수 없으면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른 훌륭한 이야기꾼이 어느날 나타나 이 소재를 훌륭히 가공할지도 모르는데, 일단 지들이 갖다 써놓고 이렇게 엉망진창 결과를 만들어놓으면 어쩌라는건가.
모든 창작물은 반짝하는 아이디어보다는 어떻게 세심히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느냐에 달렸다는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리틀 미스 선샤인> 같은 영화, <가족의 탄생> 같은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같은 영화가 소재가 뛰어나서 훌륭한 영화가 된 것이 절대 아니다. 소재 보다는 서사, 스토리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이 영화를 보며 제대로 느낀다. 시나리오 누구니,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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