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별이 빛나는 밤>은 이번 영화제에서 봤던 첫 작품. 부모의 불화로 인해 방황하는, 13살 소녀의 동화같은 여름이야기이다. 주인공 메이(서교 분)의 현실은 온통 환상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세계. 함께 있어도 부모님과는 소통이 되지 않고, 소통하고싶고 늘 함께하고 싶은 할아버지는 깊은 숲속, 너무도 먼 곳에 산다. 그런 그녀에게 옆집에 이사 온 소년이 나타난다.
당연하게도(?) 소녀는 사랑에 빠진다. 소년 제이(임휘민 분)는 메이에게 환상속에 살던 메이를 땅에 발 딛어 설수 있게끔 도와주는 존재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부모가 이혼을 하는, 산산이 부서지는 퍼즐같은 현실속에서, 메이는 제이로 인해 별이 빛나는 밤의 퍼즐을 완성해내고야 만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소녀 메이가 마지막으로 기댈 수 밖에 없는 현실, 제이 그 자체였다.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탓인지, 이 영화는 곳곳에 환타지적인 요소가 충만하다. 메이가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와중에 수없이 떨어지던, 그리고 곧 메이의 눈물이 되어버리는 눈송이들. 메이와 제이가 함께 반꾸미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들의 주변을 배회하는 수십마리의 종이 동물들. 그러나 역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면은 제이의 머리가 메이의 어깨의 와닿는 순간, 하늘로 기차가 올라가면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이었다.
너의 머리가 내 어깨에 와닿는 순간, 나는 이전에 본적 없었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를 본다.
자신을 믿고 별을 보러 떠난 여행을 함께 해준 한 소년, 그리고 그 소년의 머리가 소녀의 어깨에 와닿을때, 소녀가 찾아 헤메고 그리워하던 하늘의 별은 이미 소녀의 곁으로 와 펼쳐지고 있었다. 너, 너, 내가 찾던 별. 내가 땅에 발딛고 서야하는 이유.
나이가 벌써 이십대 중후반을 달려가고 있지만T_T 아직도 이런 성장영화를 보면 가슴이 뛰고, 공감을 한다. 메이의 여름은 짧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빛이나고 아름다웠다. 나의 여름은 어디쯤이었을까. 또 나의 가을은 어디까지인걸까. 퍼즐같이 맞추긴 힘들지만 부서지기 쉬운 현실앞에서, 하늘을 바라보다 미소지을 수 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어준 아름다운 영화를 회상하며 나의 별이 빛나는 밤을 반추해본다.
덧) 부산국제영화제, 별이빛나는밤 GV 사진
남녀주인공인 임휘민과 서교
아시아의 다코다패닝이라는 서교 양 :)
나를 카메라들고 앞으로 전방질주하게 만들었던, 임휘민 군♡
(겨우 이런 발화질로 임휘민을 카메라에 담은 나년을 욕하고싶다...)
흑흑. 여튼 감독님만 올 줄 알았는데 주인공들이 와줘서 너무 감개무량했던 GV
이런게 영화제를 가는 즐거움이 아닐까 으헤헤헤
덧2) 별이빛나는밤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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