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다. 한 때는 자뻑에 걸려 '신이시여 정녕 이 글을 제가 썼단말입니까' 하던 시기가 있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그 때는 뭣도 몰라서 그냥 누가 한번 칭찬해주면 '오 나 글 좀 쓰나보다' 했었던거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글을 잘 쓴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능력인지를, 나는 그 능력을 흠모하지만 현재로서는 한참이나 모자라다는것도.
물론, 포기하면 그 뿐이다. 나같은 갑남을녀가 무슨 김애란이나 유시민의 필력을 바라겠어, 가당치도 않지. 하고 블로그질이나 가끔 하면 되는거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부럽다. 지금은 아니더래도 30대, 40대가 되면 조금이라도 그들과 같이 필력이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하여 괴롭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커서. 글은 써도 써도 내 자신을 부끄럽게 하고, 걸어온 길보다는 가야 할 넓고도 깊은 골짜기들만 눈에 띈다.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아니, 내 글을 쓸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고 용기를 북돋아 보다가도, 한숨이 나오고, 아자아자를 외치다가도, '아마 안 될거야' 라는 체념이 섞인다.
좋아한다. 글쓰는 것을. 그 뿐이었는데 요즘은 조금씩 욕심이 난다. 잘 쓰고 싶다. 내 글을 쓰고 싶다. 나에게 글 쓰기는 너무도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는, 그래서 한없이 욕망해야만 하는 그런 대상이다. 현재로선, 그래서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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