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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앞의 생

9월 첫째주 기록

by 김핸디 2012. 9. 8.

 

 

트윗의 복사가 잘 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블로그에 그냥 주저리, 늘어놓기로 한다.

 

 

#1. Again 제주도

 

이번 주는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박 4일. 2년전과 마찬가지로 스쿠터를 탔고, 혼자 갔던 2년전과는 달리 친구와 함께 했다. 다시 간 제주도는 여전히 좋았지만 솔직히 처음 갔을때의 감흥만큼은 아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제주시로 들어오면서 보았던 일몰 즈음의 행원의 풍경이었다. 해질녘의 풍력발전기, 저 멀리 보이던 바다. 마음이 급해서 세울 수는 없었지만, 저 멀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일렁이는 공간이었다.

 

 

친구랑 여행을 하면서 내가 새삼스레 사소한것에 짜증을 내는 인간이구나, 싶었다. 스쿠터는 네비게이션이 없어서 지도에 의존해서 찾아가야 했는데, 방향이 틀리거나 할 때 괜히 '이 길로 가는거 아니잖아!' 하면서 성을 내곤 했던 것이다. 미안했다. 그리고 반성한다. 나의 부족함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다.

 

 

밤 바다를 많이 보지 못한것은 아쉬웠다. 스쿠터로 하루 종일 달리고 숙소에 들어가면 씻고 자기에 바빠서, 밤 바다를 나간다거나 하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첫째날 그나마 함덕 해수욕장 근처로 나가봤는데, 함덕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잔잔하고 작은 규모의 바닷가였다. 내가 생각하는 파도가 철썩이고, 별빛이 떠 있는 밤바다의 느낌은 별로 나지 않았다. 흑흑.

 

 

함덕 서우봉 해변

 

기억에 남는 음식은 천제연폭포 근처에서 먹은 <안거리 밖거리>의 정식이다. 1인분 8천원의 가격에, 고기와 생선을 포함한 한정식 메뉴가 일품이었다. 이른 점심시간에 가서 싹싹 긁어먹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 다음에 제주에 갈 일이 생긴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2. 금사빠

 

 

경험적으로 보자면 나는 '금사빠' 가 맞다. 순간 확 좋아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데면데면 해지는게 내 짝사랑의 패턴인데, 어제도 그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나를 도와주는 손길, 다정한 말투와 미소에 순간적으로 핑크하트가 뿅뿅 떴는데, 그 순간을 떠나자마자 그 감정이 식어버렸다. 응?

 

 

한편, 만날 땐 그냥 그런데 뒤돌아서면 보고싶고 그리워지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이건 무슨 감정이지, 싶다.

 

 

알랭 드 보통에 따르면 사랑이란 대상이 먼저가 아니라, '사랑하고자 하는 내 마음' 이 있고 그 때서야 대상을 찾는게 (잔인하게도) 현실이라고 하던데... 금싸빠인 나에게는 '지금 내 마음은 누군가를 좋아하길 원하고 있다' 라는것만이 확실한 분석일지도 모르겠다. 대상은 상관없는 것이다. 너라서, 는 아닌 감정. 물론 아무라도, 는 더욱 아니겠지만.

 

 

 

#3. 가족

 

 

어제 퇴근길에 갑자기 비가 많이 쏟아졌다. 동생에게 전화를 했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그렇게 여러번 연락을 번갈아하다 마침내 동생과 연락이 닿았고, 동생이 우산을 들고 나를 마중나왔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집에 누군가가 있다는건 정말 좋은거구나. 아무리 친하고 좋아해도, 이런 순간엔 친구나 연인이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에게 기댈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한번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집에 누군가가 함께 산다는것의 가치라던가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 나를 위해 집 앞에 마중나올 누군가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로인가. 가족이 있어 다행이다. 내가 의지하고, 누군가에게 의지가 될 수 있다는 게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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