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5월이다. 그리고, 18일이다. 몇년 전 <제 5 공화국>이라는 드라마를 통해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접하고 난 뒤, 나에게 5월은 광주가 되었다. 만화 <26>년 속 광주, 소설 <오래된 정원> 속 광주, 영화 <화려한 휴가> 속 광주, 연극 <짬뽕> 속 광주.. 수많은 매체를 통해서 그렇게 광주를 끊임없이 만났다. 그리고 마침내.. 직접 망월동에 찾아가 광주의 영령들을 뵈었던 날, 나는 참으로 많이 울었던것으로 기억한다.
민주주의 사회에 산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4.19와 5.18의 자식들이라는것을 의미한다. 신새벽에 갈망하며 몰래 써야만 했던 그 이름 '민주주의' 를 우리는 오늘날 너무 쉽게 입에 올리고 있다. 지나간 역사 덕분이다. 그 때, 사람들은 그곳에 있었고, 누군가는 억울하게 희생되어 피로서 꽃을 피워야만 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곳에 서있다.
그들은 그저 '기억해달라' 고 말했다. 너무도 쉽게 '그러마'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그 작은 외침마저도 외면하며 살게 될까봐 겁이난다. 해가 지날수록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로만 그 기억을 묽게 희석시키게 될까봐 경계하게 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남은 것은 이제 산자의 몫이다. 기억하는것도, 잊지않는것도, 모두 남은자의 몫인 것이다.
황지우는 일찍이 '묵념, 5분 27초' 라는 시를 통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날을 드러냈었다. 나는 그 시를 '읽으며'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부재' 가 '존재' 보다 훨씬 강렬하게 다가온다는것을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던것 같다. 빈 페이지. 그러나 수많은 말들. 나는 읽고 또 읽었다. 그곳에는 못다한 말들과 다시 써야 할 말들이 가득히 적혀있었다. 5월이다, 그리고 다시 18일이다. 나는 황지우가 그랬던것처럼 나의 5월 18일을 지나간 역사에 내어주려 한다. 5월 18일은 1980년 그 시간 이후로 멈춰있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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