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몹시도 좋아하던 시절에 사 모았던 책을 꺼내 보았다.
그냥 잊고 싶지 않아서, 기억하고 싶어서 시작된 독서는 또 한 차례 그렇게 마음을 무너뜨렸다.
<노무현의 색깔> 이라는 책은, 민주당 후보시절의 노무현 대통령을 밀착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이하 발췌
한 참모는 노무현의 시간 지키기를 "약자에 대한 배려" 라고 설명한다. 심지어 비서인 자신과 점심식사 약속을 일단 했으면
자신보다 훨씬 중요한 인물들과의 약속 때문에 취소하는 일이 없다며 이렇게 전한다. p69
노무현후원회 회장 이기명 씨는 건호 씨가 박격포 판을 밀고 다니다가 다리에 부상을 당하자 좀 편한 데로 보내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노무현이 펄쩍 뛰면서 "건호 군대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개입하지 말라" 고 했단다. "군대를 빠지는 것도 아니고 좀 편한 자리로 옮기자는 것인데 그것마저도 못하게 하니 아버지 잘 둬서 아들 고생한다" 고 아내가 속상해 하자 "건호를 편한 자리로 옮기면 원래 다른 아이가 있어야 할 자리에 건호가 가게 되는 것이 므로 그 다른 아이는 건호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 내가 아프면 남도 아픈 거다. 군대에서 고생도 하겠지만 시련이 인간을 키운다" 고 했다는 것 이다. p75
저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승리를 했습니다. 그러나 제 인생 전체를 돌이켜보면 또한 남다른 역경 속에서 고난을 겪으면서 도전해왔고 그 역경을 극복해왔습니다. 어려움을 맞서서 하나하나 극복해오는 과정에서 저는 제 주변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많은 어려운 이웃과 고통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수없이 반복해왔습니다. 이제 앞으로 후보로서, 또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때의 맹세를 결코 저버리지 않고 지금도 어렵고 힘겨운 여건에서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어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정도를 걸어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으로 법을 지키고 성실히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그렇게 승리한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와 같은 반듯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p139
그는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단어로 "신뢰와 약속" 을 드는 반면에 싫어하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하다 "특권주의, 엘리트주의를 싫어한다" 고 답했었다. p163
"명문가, 명문학교 출신들은 깊이 반성해봐야 합니다. 한국의 명문학교 출신들이 과거 우리 역사에 끼친 발자취가 과연 공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인가, 아니면 역사에 사죄해야 할 만큼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냐에 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한국 사회의 올바른 가치를 유지해 왔다기보다는 기회주의 처신을 통해 개인적 이익을 도모해왔고, 그 가운데 부당하게 특권을 누려왔던 과오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문화를 이루고 있으니까 더욱더 안타깝지요." p164
"나도 돈 있으면 멋있게 살 겁니다. 예를 들어 내가 돈을 천억을 가지고 있다, 그럼 나는 별장 삽니다. 자동차도 최고급 차 사가지고 딱 타고 다닙니다. 다만... 그렇게 사는 사람들의 사고가 천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나는 누가 억대 호화 요트를 갖고 있어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가 이웃에 대해 헛말이라도 공격적이지 않고 가난한 이웃에 따뜻하고 걱정해줄 줄 아는 마음씨, 내가 못해도 국가가 뭔가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도 뭔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마음씨,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그런 거지요. 안하무인격으로 무슨 외제 차 타고 다니다가 앞에서 티코가 앞지른다고 내려가서 집단 폭행 가하는 이와 같은 파렴치하고 천박한 거, 이것을 걱정하는 것이죠." p172
"클린 코리아를 비전으로 내라고 하는데 제가 자꾸 이리저리 피합니다. 깨끗한 나라, 깨끗한 정부 이런 말들을 가끔은 쓰는데 또한 한편 피합니다. 얼마만큼 깨끗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갈등이 있기 때문에.... 김영삼 대통령도 깨끗한 정부를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안 깨끗했다는것이 증명되었거든요.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원죄가 엄청난 선거자금입니다. 근데 이 정치문화의 구조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완벽 수준으로 나도 가지 못했기 때문에 깨끗한 정치라는 말을 서먹서먹하게 써먹고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말 중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거짓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말은 진실, 진실로서 승부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100% 지킬 수가 없어요." p182
"김구 선생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존경할 만한 사람은 왜 패배자밖에 없는가? 하는 의문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왜 패배팼는가? 역사에서 올바른 뜻을 가진 사람은 왜 패배하게 되는가? 이런 질문은 우리 역사에서는 정의가 패배한다는 역설적 당위로 귀착되었고, 나는 그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p200
"누가 뭐래도 나는 노사모가 자랑스럽습니다. 나를 믿는다는 것 아닙니까? 노무현을 믿는다는 것이죠.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그 사람이라면 잘 해 줄 수 있을거야. 맞아 저 사람이야, 하는 겁니다." p265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너무도 미안하다. 비판은 할 수는 있어도, 등을 보이지는 말걸.
등 돌리고 손 놓아버린 내 영웅의 죽음앞에서 나는 차마 미안해서 엉엉 울어 제끼지도 못하겠다.
누군가 내게 왜 노무현을 좋아하느냐, 고 물었었다.
그때 나는 '너도 겪어보면 안다' 라고만 말했던것 같다.
내가 노무현을 좋아했던 저 수많은 이유들. 바른 생각과 강직한 신념.
잊지 않아야 겠다. 그게, 겨우,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노무현
모든 것을 혼자 시작했다
처음에는 공장에 다니다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을 검정고시로 마친 뒤
사법고시도 마친 뒤
그는 항상 수줍어하며 가난한 사람 편이었다
그는 항상 쓸쓸하고 어려운 사람 편이었다
슬픔 있는 곳
아픔 있는 곳에
그가 물속에 잠겨 있다가 솟아나왔다
푸우 물 뿜어대며
그러다가 끝내 유신체제에 맞서
부산항 일대
인권의 등대가 되어
그 등대에는
마치 그가 없는 듯이
무간수 등대가 되었다
힘찬 불빛으로
어디 그뿐이던가
사람들 삐까번쩍 광(光)내는데
그는 혼자 물러서서 그늘이 되었다
헛소리마저 판치는
텐트 밑에서
술기운 따위 없는 초승달이었다
아무래도 그의 진실 때문에
정치를 할 수 없으리라
속으로
속으로 격렬한
진실 때문에
- 고은, 만인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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