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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시대

김연수, 내가 김대중과 노무현을 좋아했던 이유

by 김핸디 2013. 9. 1.




내 고향 사람들은 실제로 dj를 증오했다. ys라고 하면 그래도 점잖게 말하던 어른들도 dj라면 쌍욕을 내뱉었다. dj가 그들에게 끼친 피해는 전혀 없었다. 아마 경상도 소도시에서 살아가던 그 어른들에게도 승자독식 사회를 살아가는 고통은 존재했을 것이다. 그 어른들은 반칙을 일삼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사회를 바로잡기보다는 더 간편한 방법을 택했다. 그들처럼 무조건 돈을 출세하는 일. 내가 태어난 동네에서 dj는 빨갱이와 동의어였는데, 그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우리가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그가 그들을 설득했기 때문이었다. 말이 많으면 빨갱이. 양심을 자극하면 빨갱이. 국가폭력으로 간신히 유지되는 승자독식 사회가 아니어도 우리는 충분히 잘살 수 있다고 말하면 빨갱이.

 


부질없는 일인 줄 알지만, 할 수만 있다면 나는 그 모든 경상도 사람들을 대신해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싶다. 힘을 합치자고 내민 손을 물어뜯어버린 그 모든 이빨들에 대해서. 무임승차를 하고도 돈을 대신 내준 사람을 걷어찬 그 뻔뻔한 무지에 대해서. 고등학생이 되면서 나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럼에도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멋있는 남자였으니까. 그 당시, 내 주위의 남자들은 모두 <그랜 토리노>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타오에게 말하듯 기생오래비같았다. 힘센 사람들 앞에서는 슬금슬금 눈치나 보다가 그들을 대신해서 자기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폭력을 가하는 남자들. 아마도 내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한 데에는 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 그들은 진짜 남자였기 때문에. 비겁하지 않았고, 겁쟁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 김연수, <대책없이 해피엔딩>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