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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시대

<운명이다> 속 부림사건

by 김핸디 2013. 12. 27.



영화 <변호인>을 보고나서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인 <운명이다>를 다시 읽었다. 부림사건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있지는 않지만, 곳곳에서 영화 속 그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아 가슴이 저릿해져 왔다.



- 1981년 9월 전두환 정권이 소위 '부림사건' 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이것이 내 삶을 바꾸었던 바로 '그 사건' 이다.



- 멀었던 눈이 한 번 떠지자, 비로소 힘없고 가난한 사람이 당하는 핍박과 설움이 또렷이 보였다.



- 무료 변론은 돈 좀 덜 벌면 그만이었지만 독재정권에 맞서 싸우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언제 어디로 끌려가 무슨 죄목을 뒤집어쓰고 쇠고랑을 찰지 모르는 위험한 일이었다. 조그만 농장이나 별장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자식을 외국 유학이라도 보내서, 공부를 다 못한 우리 부부의 한을 풀어 보고자 했던 꿈을 접어야 했다. 이렇게 양심과 욕망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나는 차근차근 주변을 정리했다.



- 승용차를 두고 버스로 출퇴근하면서 고급 일식집 대신 시장통 국밥을 먹었다. 



- 부림사건으로 감옥에 갔던 청년들이 출소해 돌아오면서 주변에 자꾸 사람이 모였다. 그들은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함께 하자고 했다. 망설임이 없지는 않았지만 거절할 수가 없었다.



- 그를 지켜보면서 당시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들 건호를 생각했다. 건호도 몇 년 지나면 대학에 갈 것이다. 그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이 청년과 같은 길을 가라고 할 수 있을까? 모든 걸 못 본 체하면서 어떻게든 출세하고 돈 많이 벌어 편하게 살라고 할 것인가? 양심이니 정이니 말은 쉬웠지만, 내 아들한테 고난의 삶을 권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고민해 본 끝에 내린 결론은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