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생이 썼다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돌아보면 그랬던 거 같다. 박근혜가 당선되는 순간부터. 얼이 나가버려서,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생각하면서, 차라리 외면하는 쪽을 택해왔던 거 같다. 한 쪽에서 사람들이 아무리 뜨겁게 아우성쳐도, 비분강개하여 일어나도, 그저 질끈 눈을 감는 쪽을 택해왔던 거 같다. 나도 힘든데 어쩌라고. 나 하나 살아가기도 벅찬 세상에서 뭐 어쩌라고. 이렇게 애써 외면하며 지내왔던 거 같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내 일처럼은 아니더라도, 같이 분노하고 같이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 시위도 나가고, 담벼락에 욕이라도 하고, 술 먹으면서 이건 아니지 않냐라며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동안은, 차라리 모르는게 속편하다면서 하하 거리고 애써 잊으려고 했던 것 같다. 잊어지지도 않으면서. 지워지지도 않으면서.
한 청년이 썼다던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나 역시도 말문이 막힌다. 안녕한 척 하면서 살고 있지만, 안녕하지 않기 때문에. 안녕하자며 외치고 있었지만, 사실 안녕할 수 없다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이는 먹어가는데, 대체 어떻게 해야 잘 사는 걸까. 안녕한 사회. '안녕하십니까' 라는 말에 진심으로 '덕분에 안녕합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는 어디에서부터 만들어야 하는 걸까.
마음이 아프다. 진짜로,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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