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양의 모든 학문은 두 가지 갈래에서 나온다고 한다. 첫째는 그리스 신화, 둘째는 성경. 그들에게 성경은 종교이기 전에 위대한 클래식이자 문화이다. 그래서 성경을 알아두는것은 서양의 학문을 이해하는데 무척 도움이 된다. 무신론자인 에리히 프롬도 구약성경을 다루며 신을 논한다. 그의 꽤 도발적인 제목의 책,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가 그것이다.
2. 프롬은 신의 특성으로 '규정지을 수 없음' 을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신에 대척점에 있는 것이 우상이다. 우상은 죽은 것, 멈춘 것, 변하지 않는 것, 그래서 '규정지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구약성경은 우상숭배를 끊임없이 경계한다. 성경이 말하는 것은 '규정지어질 수 없는' 신, 그래서 살아있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x)로서의 신이다.
3. 물론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신은 기독교의 신God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신은 말 그대로 규정지어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지의 것(x)이며, 형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인간이 추구해야하는 일종의 방향성이다. 그러므로 여기서의 신은 곧 진보이기도 하다. 인간이 나아가야할 방향, 인간이 최종적으로 도달해야하는 무언가. 곧 역사의 진보를 가르키는 것이다.
『오직 우상만 이름을 가진다. 그것은 사물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하나님은 어떤 이름도 가질 수 없다. '에흐예'라는 이름은 무지한 민족에 대한 하나님의 양보와 스스로 이름 없는 하나님일 수밖에 없다는 하나님의 주장사이의 역설적인 타협인 셈이다. 역사에 계시하는 하나님은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려질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이름과 마찬가지로 소리로 된 이미지와 돌이나 나무로 된 이미지로 표현할 수 없다.』
p39
4. 신이 결국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의 표상이라면, 신의 특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유와 독립이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 개인, 스스로가 충분히 강한 존재로서의 개인. 우상은 다른 말로하면 종결점이다. 멈춘 곳. 포기하고 타협하는 지점. 그러나 신은 멈추지 않고 지속한다. 나아가야 할 방향이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멈추거나 타협하지 않는다. 오로지 그 목적지로만 향한다. 우상은 아무 능력이 없으나 신에게는 무한한 능력이 있다.
『인간이 자신의 능력에서 소외된 상태를 표현한 것이 우상이고, 이런 능력과 접촉하는 방식이 우상에게 복종하며 집착하는 것이라면, 우상숭배는 필연적으로 자유, 자주와 양립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예언자들은 우상숭배를 자기학대와 자기비하로, 하나님 숭배를 자기해방과 타자로부터의 해방으로 거듭 규정짓는다.』
p54
5. 결국 프롬이 바라본 가장 나쁜 상태는 우상으로 대변되는 '변하지 않음' 즉, 교착상태이다. 우상숭배는 현재에 머무르기를 권한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만들어내어 눈에는 보이지 않는것을 대체하길 원한다. 시대를 바꾸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지금 여기서 주저앉아 현실에 안주하기를 주문한다. 교착상태의 세계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안정과 평균, 균형의 논리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6. 그리하여 프롬은 구약성경에서 가장 간사한 대사로 꼽히는 뱀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한다.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 프롬의 이 말은 인간의 타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인간다운 지점, 신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궁극적 목표 지향점을 향하는 휴머니즘 이다.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 에리히 프롬에게서 구약은 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이야기로 변모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궁극적으로 신을 닮기를 원했던, 인간을 향한 따뜻한 전언이기도 하다. '우상숭배를 벗어나라. 신을 향하라. 너희도 곧, 신처럼 되리라.'
-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언제나 역사를 해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하나님은 최상의 지배자이지만 장차 자신에게 도전할 가망이 있는 피조물을 창조했다. 인간은 창조된 순간부터 반항자로서 장차 하나님이 될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 유대교도는 역사적인 이유로 인간이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접근해야 하는 미지의 것에다가 '하나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는 응답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내게 요청하지 않았다. 누구든지 나를 찾으면, 언제든지 만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내 이름을 부르지 않던 나라에게, 나는 '나 여기있다. 나 여기 있다' 하고 말하였다."
이사야 65장 1절
'청춘의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밑줄긋기 (0) | 2013.12.09 |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밑줄긋기 (0) | 2013.12.07 |
중력삐에로 밑줄긋기 (0) | 2013.12.05 |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김태용 편 (0) | 2013.11.30 |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 임순례 편 (0) | 2013.1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