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반까진 정말 허접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빅>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설정은 좋았지만, 심은경이 가수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뻔~해서, 그리고 캐릭터들의 매력도 거의 없어서, 팝콘을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이런 영화가 수백만 관객이 드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었다.
그러나 후반부의 성동일-심은경 눈물씬 한 장면으로 이 영화는 '좋은 영화'가 되어 남아 버렸다. 이런 상황이다. 나의 어머니가 젊어져서 나타났다. 가수가 되어 잘 나가고, 좋아하는 남자도 생겼단다. 젊음을 회복한 어머니는 자신이 꿈꾸던 대로 살아가는듯 보인다. 그런데 나는 지금의 어머니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이 순간에, 나는 나를 위해서 어머니에게 되돌아 와달라고 애원하게 될까. 아니면 어머니의 행복을 빌며 어머니를 놓아줄 수 있을까.
영화 속 성동일은 "가서 행복하게 잘 사시라"고 말한다. "다시는 어렵게 살지도 말고, 다시는 명 짧은 남편 만나서 고생하지 말고, 다시는 나같은 아들도 만나지 말고, 지금부터 행복하게 사시라" 고 말한다. 나를 위하기 보다는, 어머니를 위해 어머니의 삶을 살라고 말한다(쓰면서도 눈물나네 성동일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 장면에서 무너져 버렸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나라면 엄마를 붙들지 않고 보내줄 수 있을까. 엄마의 젊은 시절, 나를 키우며 했던 모든 고통과 삶의 무게는 잊고, 이제는 행복하라고, 이제부터라도 마음껏 행복하라고 보내줄 수 있을까.
성동일의 대사와 눈빛과 눈물이 마음속에 박혀서 잊혀지지 않는다. 사랑은 보내주는 것이구나. 필요하니까 내곁에 있어달라고, 그래서 나를 좀 도와달라고, 붙잡는 것이 아니라 보내주는 것이구나. 그 상황이 어떻든, 내가 아무리 절박해도, 내가 아무리 피해가커도, 보내주는 것이구나. 잘 가라고, 행복하라고, 나를 잊고 살라고, 보내주는 것이구나. 그렇게 미안한 것이구나. 누군가를 마음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사랑한다는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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