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맥심 광고 '옛사랑' 편을 보노라니, <파리의연인>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의 잃어버린 자아(잘 웃고, 씩씩하던)를 찾기위해 떠나버린 태영(김정은)과 그를 찾으러 파리로 온 기주(박신양). 그들이 운명과도 같이 분수대에서 다시 재회하는 장면은, '옛사랑'광고에서 보여주는 그 운명적인 무언가와 맞닿아있었다. 광고 속 멘트대로 '마음을 다해 사랑했다면 결국 그 사람앞에 서게 됩니다' 랄까.
내가 당신집에 가정부로 들어가지 않았으면..
삐갈거리에서 당신이 내 담배좌판을 뭉개지만 않았으면..
그래도 우리가 만났을까요?
그랬을거야.
그때 못만났어도 아마 어디에선가 다시 만났겠지.
어쩜 옛날에.. 아주 아주 옛날에..이미 만났었는지도 모르고.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나두.. 나두, 그런 느낌이 들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파리의연인은 (조금 싱겁지만) 그저 이렇게라도 끝났으면 좋았을뻔했다. 재벌2세와 평범한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확률은 지극히 낮고, 그렇기에 이들의 만남은 '운명적' 일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이 사랑에 빠지게 된 계기들, 태영이가 언급하다시피 '가정부로 들어갔다' 던가, '삐갈거리에서 좌판을 뭉갰다' 라는 것들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파리의연인은 정말로 상극의 주인공을 이어주기 위한 개연이 아주 많이 들어간 드라마인데, 정리를 해보자면..
1. 강태영은 한기주의 가정부였다
2. 한기주는 윤수혁이라는 보헤미안 조카를 두었다
(보헤미안 윤수혁의 존재가 아니었으면, 재벌2세 한기주가 삐갈거리같은데를 기웃거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3. 강태영은 삐갈거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를 두었다
(강태영 역시 평범한 유학생이라면, 유흥가에서 그닥 얼쩡거릴 이유가 없다)
4. 강태영은 강릉 출신이었다
(이것은 한기주가 강태영을 사업상 파트너로 '이용' 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
5. 강태영의 작은아버지 강필보는 한기주가 사장으로 있는 GD자동차를 구입했다
(강필보의 차 할부금 문제가 아니었다면, 강태영은 GD자동차에 찾아갈 이유가 없었다)
6. 강태영은 윤수혁과 우연히 파리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다
(강태영과 윤수혁이 친구라는것은 강태영이 한기주를 오며가며 스칠 수 밖에 없는 이유가된다)
....
등으로 나열해볼 수 있다.
아, 이러니 어찌 운명적인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파리의연인>이 불세출의 로맨틱 코미디인 이유는, 다른 신데렐라 드라마가 그냥 '우연히 만나 필에 꽂힌' 구성에 불과한 반면, 이드라마는 사랑이 이루어지기 힘든 두 남녀 커플을 위해 이토록 촘촘히 짜여진 관계와 배경으로 이들을 사랑으로 엮어내는 치밀한 솜씨가 돋보인다는 데에 있었다. (아..짜증나지만 어쩔 수 없이 작가찬양)
그러니 이렇게 '운명적' 사랑의 여운을 남기며 끝났으면, 그것도 (다시한번 말하지만 싱겁긴하다, 영화도 아니고) 제법 괜찮았을뻔했다. 아..갑자기 또 결말의 충격 쓰나미가..
Anyway, 내 사랑 <파리의연인>. 마지막 장면을 다시 보노라니 문득 내가 좋아하는 밀란 쿤데라의 말이 떠오르며 한기주와 강태영의 '운명적' 인 사랑에 다시 한번 매료되는 기분이 든다.
'사랑이 시작 될때 얼마나 많은 우연의 새가 어깨에 날아와 앉았는지에 따라서 앞으로 펼쳐질 사랑의 깊이를 가늠할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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