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를 지나오면서 존경할만한 교수님을 만나게 되는것은 행복한 일이다. 학과 특성상 소위 '바른말' 을 많이 하게 되는 자리에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대개 사회학 교수님들을 존경하곤한다. 그 중에서도 이번 학기에 만난 J교수님은 그 지성과 인품이 남다른 분이었다. 막스 베버에 관해 권위 있는 학자 중 한명인 J교수님은, 학생들의 모든 의견에 귀기울일 줄 알고 늘 격려의 코멘트를 남겨주시는 분이었다. 나서지 않고 한발 뒤로 머물러 계시다가, '어떠한 비판이나 반론도 환영한다' 라는 자세로 자신의 생각을 간략하게 피력해 주실때는 그 지식의 깊이에 압도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오전수업이 늦게 끝난지라 툴툴 거리면서 종종 걸음으로 도서관으로 향하던 길에 J교수님을 마주쳤다. 처음엔 못보고 스쳤다가, J교수님인듯 싶어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드렸다. 교수님은 날 보며 방긋 웃어주셨는데, 와, 그때 정말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연예인들에게만 후광이 비치는게 아니었다. 그 교수님 머리 뒤로도 찬란한 노란빛이 빛나고 있었다.
노교수님의 푸근한 미소를 보노라니, 아 정말이지 사람은 나이들어가며 자신의 얼굴에 삶이 드러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야 그 교수님의 삶 발자취까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전혀 잘생기지 않은 외모에(교수님 전 솔직해서요^^;)도 불구하고 얼굴에 주름을 잔뜩 지어보이며 웃는 모습에 나는 한 없이 기분이 좋아져 덩달아 웃을수 밖에는 없었다. 그 짧은 순간, 그 스치는 마주침에도 사람의 마음을 이리 훈훈하게 할 수 있다니! 나는 왠지 J교수님이 더욱 존경스러워졌다. 그의 지성과 인품이 부럽다. 나도 그와 같이 행복한 표정으로 늙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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