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아, 정말 2010년의 끝자락이다. 오늘은 그래서 쭈욱 한해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올해의 문장에 이은 하이피델리티는 올해의 장소. 여행을 꽤 가서 마음속에 소중한 장소들이 그득그득 하다. 그 장소들을 정리해보며, 추억을 더듬어볼까한다.
5. 홍콩, 스타의 거리
홍콩은 참.. 섬이라서 그런지 바다를 쉽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숙소에서 5분정도만 걸어가면 볼 수 바다를 볼 수 있던 스타의거리는 그래서 내가 참 좋아라 했던 장소. 흐리디 흐린 홍콩하늘을 혼자 폭풍 바닷바람을 걸어가며 저 멀리 홍콩의 마천루들을 바라보던 그 청승맞음의 극치! 이 바다를 보면서 주스도 먹고, 맥주도 먹고, 육포도 뜯고, 셀카도 찍고(응?).. 그랬더랬다. 홍콩에 도착해서 처음봤던 불빛쇼(이젠 이름도 생각안난다;)는 또 얼마나 멋졌던가. 10분 정도씩 배타고 여기서 저기로 이동했던것도 재밌는 추억이었고, 아쿠아루나라고 불리는 거대한 배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었다. 아, 애증의 홍콩!
4. 고창, 청보리밭
다리에 깁스를 하고서도 기어코 낑낑대면서도 찾아갔던, 전라북도 고창. 끝없이 펼쳐진 청보리밭에 넋을 잃은채, 아픈다리를 부여잡고 친구랑 깡총깡총 신나서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정말 바람에 흩날리는 청보리가 어찌나 예쁘던지- 자연의 광활함과 꾸미지 않아도 아름다운 그 대자연의 모습에 푹 빠졌던 하루였다. 5월의 신록이란, 말 그대로 바로 이런것이 아닐런지. 지금도 이 사진을 보고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초록은 사람을 매료하는 신비한 힘을 지닌듯 하다.
3. 마카오 강변
남들 하루만에 다녀온다는 마카오에 혼자서 3일이나 있었던 관계로, 나에게 마카오는 엄청난 휴식의 공간이었다. 내가 밥만 먹고 자주 산책하듯 들렸던 장소는 마카오 강변가. 현지인들이 우리나라 한강처럼 주로 쉬거나 담소를 나누는 곳인데, 남들처럼 하루만에 마카오 명소란 명소는 다 들리고 나머지 이틀은 꼬박 이 강변가를 거닐며 '내가 미쳤다고 마카오에 3일씩이나 있네' 라는 한탄과, 그래도 참 아름답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특히 마지막 날 본 마카오의 강변 야경은 정말 환상. 나는 비록 프링글스를 씹어먹으며 외로움에 몸부림을 쳐야했지만, 그래도 풍경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카지노의 불빛들이 어우러지는 빛의 향연이라니. 나중에 누군가와 함께 마카오를 가게된다면, 그때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이 강변만 들렸다와도 좋을것 같다. 반짝반짝 반짝반짝.
아름다운 마카오 강변의 낮과 밤-
2. 제주도, 다락빌레 쉼터
여기서 절벽을 내려다보면서 소름이 쫙- 저 멀리 푸른 하늘과 바다와 주변의 나무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어찌나 좋던지- 혼자라도 제주도 여행을 감행한 내 자신에게 무한한 칭찬을 날리고 싶을 정도였다. 크아, 이 바람 이 파도 이 구름..죽인다, 죽여.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헤벌쭉 좋아지고야 만다. 제주도는 정말 유럽 어느곳에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그 자체로 아름답고 풍성한 섬이였다.
1. 제주도, 표선해변
솔직히 말해, 제주도는 어느곳 하나 베스트 아닌곳이 없었다. 일몰이 끝내주던 차귀도, 천국이 있다면 이런곳이겠구나 싶었던 성이시돌 목장길, 해외에 나가는게 부럽지 않았던 김녕요트투어, 풍력발전기가 나에게 세차게 인사를 전해주었던 게스트 하우스 관광코스, 고개를 돌릴때마다 탄성이 멈추지 않았던 성산일출봉 등등등... 하지만, 여행은 늘 그렇듯 주관적 느낌이 모든것을 지배하는것 아니겠는가. 표선해변에서 잠시 스쿠터를 멈춰두고 길바닥에 앉아서 곧 있으면 떠날 제주를 음미하던 일은 그래서 내게는 잊을 수 없는 베스트다. 뭐야, 나는 왜 이제서야 이곳에 온거야 싶은 안타까움과 뭐야, 나는 왜 이곳을 두고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하는거야 싶은 한탄이 뒤섞였다가다 결국엔 뭐야, 지금 이 순간은 왜 이렇게 멋진건데- 싶어졌던 순간순간들. 제주도에 가지 않았으면, 2010년 내 인생은 상당부분 지금보다 허탈했었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올해의 제주도는 정말 나에게 너무도 사랑스러운 순간이었고, 장소였다고 단언한다!
한비야는 그랬다. 살까말까 고민되면 사지 말되, 갈까말까 고민되면 무조건 떠나라고. 홍콩도 고창도 제주도도, 늘 갈까 말까 싶었지만 결국엔 떠났고 모두 그 선택이 옳았다. 나중에 갈 수 있었겠지만, 그때와 지금이 어찌 같을 수 있으리요. 2011년에도 갈까말까 싶으면 무조건 떠나려고 마음의 짐을 싸 두었다. 여행은 추억을 남기고, 추억은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은 다시 떠나고픈 마음을 충동질한다. 아아, 2010년에 이 장소들을 모두 만나 끔찍하게 행복했었다. 다가오는 2011년에는 어떤 장소들이 나를 맞이하게 될까. 누구말대로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책이니, 틈이 날때마다 다른 페이지들도 읽어보려한다. 날 기다리고 있는 그 수많은 장소들이 외롭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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