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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詩] 너를 기다리는 동안

by 김핸디 2011. 1. 2.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