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6 - 박시백 글.그림/휴머니스트 |
정조의 시대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그의 인생을 다룬 드라마 <이산>을 거쳐, 김홍도와 신윤복이라는 걸출한 화공을 거느렸던 임금으로서의 <바람의 화원>을 지나, 미궁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탐정을 파견하는 재치있는 군왕으로 묘사되는 <조선명탐정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요즘들어 주목받는다는 팩션에는 어김없이 정조가 등장한다. 음, 그래, 정조는 과연 어떤 임금이었을까? 기어코 눌러두었던 정조에 대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
아! 과인은 사도세자의 아들이요.
임금 정조에 대한 설명은 이 한문장에 모든것이 집약된다. 그는 엄하디 엄한 할아버지 밑에서 아비의 죽음을 목도한 비극의 왕손이었다. 세손이었지만 그 순간부터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위해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했던 삶. 그러한 생존본능의 발로였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그때부터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자라나간다. 정조는 평생을 학문에 힘쓰고, 이성계 못지않게 명수였던 문무를 겸비한 모범적인 왕의 표본이었다.
개혁과 변화의 시기.
정조시대는 천주교가 유입되고, 청나라의 각종 신문물들이 들어와 조선사회의 들썩들썩한 변화를 일으키던 시대였다. 정조는 정통 주자학을 공부했던 임금이었지만, 이러한 변화의 물결속에서 각종 개혁을 시도하려 했다. 임금으로서 백성을 사랑하고 정사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는, 금난전권등을 폐지해 상공업의 부흥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척신정치와의 끝없는 전쟁.
어릴적부터 불안감을 온몸으로 감지했던 그는, 사위를 버렸던 그의 외척을 끊임없이 경계했다. 그에게 있어 척신정치란 언제든 자신의 숨통을 조여올 수 있는 화의 근원으로 여겨졌던 탓이다. 그래서 그는 인재를 등용하는데 있어서도 신중을 기했다. 서로의 세력을 견제하는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렇게 신임하던 홍국영등을 어느새 쳐내버리는 단호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정조실록편은 이 시리즈가 늘 그러하듯, 한권의 만화를 통해서 한 시대를 읽는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왕조실록' 인탓에 왕궁내의 여러파벌정치관계가 서술되어을뿐, 정조시대에 활약했던 뛰어난 인물들(김홍도 신윤복등의 화가라던가, 정약용등의 천재실학자)에 대한 모습은 읽을 수 없어 아쉬웠다. 이 책을 읽은뒤에도 역시나 정조에 대한 호기심은 남는다. 스스로도 그렇게 완벽한 군주의 자질을 타고났으면서도, 조선사를 통틀어 손꼽힐만한 인재들을 두고 살았던 임금이라니... 아마도 정조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더 이어질듯 하다.
'청춘의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희망없는자의 삶 (0) | 2011.03.23 |
---|---|
신장으로 느끼는 전율 (0) | 2011.03.23 |
이미 답은 알고 있다, <그래도 당신이 맞다> (0) | 2011.01.08 |
구글의 미션 (2) | 2011.01.08 |
나와 너 (0) | 2011.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