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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희망없는자의 삶

by 김핸디 2011. 3. 23.

남을 이해하려면 네가 그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봐야 하거든. 어렵더라도, 그 사람을 위해서 깊이깊이 생각해봐야 한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거야. 내 생각엔 말이야, 동구 할머님은 아마 다섯, 아니 네 식구 중에 당신이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거 같아. 할머니는 다른 식구들과 달라. 할머니는 아무런 희망이 없거든.
 

갑자기 주위에 정적이 찾아들었다. 눈을 번쩍 뜨니 은종 같은 때죽나무 꽃이 한줄기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 맑은 종 소리도, 청아한 향기도 느끼지 못했다. 텅 빈 두개골 속에 선생님의 목소리만이 메아리쳤다. 할머니에게는 희망이 없거든.


아버지와 엄마는 돈을 많이 벌고 나를 잘 키우자는 희망이 있다. 나는 나중에 박 선생님을 꼭 다시 만나자는 희망이 있다. 하지만 할머니의 몫으로 남은 희망은 무엇일까. 할머니에게 손을 내밀고, 노래를 불러주고, 말벗이 되어주고, 나들이를 함께 나가던 영주가 떠난후 할머니에게는 어떤 희망이 남았을까.



- 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정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