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가 울렸다 라는 단막극을 보고나니, 삐삐에 대한 추억이 사무쳐온다. 내가 삐삐를 사용했던건 중1때였다. 매일 같이 삐삐인사말을 바꾸는게 큰 재미였던 시절, 라디오 DJ라도 된양 음악을 틀어놓고 녹음할 멘트를 고심하곤 했다.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사를 녹음해 인사말을 대신했던것 같기도 하고, 팝송을 곁들이며 겉멋든 인사말을 녹음하기도 했다. 당시 나랑 절친이었던 모군은 삐삐 인사말에 선생님 성대모사를 하기도 하고, ARS 목소리를 흉내내기도 했는데, 그게 어찌나 웃기던지.
삐삐는 채팅의 추억과 맞물려 많은 설레임을 안겨준 매체였다. 인터넷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과 삐삐 번호를 공유했고, 주춤거리고 뻘쭘거리면서 서로의 삐삐의 음성메시지를 녹음했다. 대개는 그냥 친분중심의 안부인사였지만, 기분 좋은 메시지는 두고두고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는게 삐삐가 주는 매력이었다.
음성메시지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핸드폰이 나온 초창기에도 종종 핸드폰의 음성메시지 기능을 이용하곤 했다. 음성메시지를 남기는걸 유독 좋아했던 친구 중 하나는, 메시지 남길거니까 전화 받지말라며 미리 문자 메시지를 남겨놓기도 했었다. 나는 알겠다 라고 대답하고는 무슨 음성 메시지를 남겼을까 를 상상하며 설레이고 즐거워하곤 했다.
소풍은 그 전날이 가장 즐겁듯, 메세지를 확인하기까지 기다림과 설레임을 극대화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통신매체 삐삐. 이제는 사라지고 없지만, 아직도 그 매력을 잊지못해 여전히 삐삐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만명이 넘는다고 하니... 각자의 추억과 기억이 담긴, 매력넘치는 살아있는 역사의 유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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