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평점과는 관계없이 나는 늘 한국식 스릴러 영화를 보며 평균 이상의 만족도를 얻어왔다. 물론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작품은 있었는데, 나의 경우에는 <손님은 왕이다> 와 <세븐데이즈>의 경우가 그러했다. 그런면에서 <세븐데이즈>의 각본을 썼던 윤재구의 두번째 이야기라는 점은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내가 송윤아를 '발연기의 여왕'(그녀의 영화 <아랑>을 본 적이 있는가!) 이라고 폄하한다해도, 윤재구의 스릴러는 분명 궁금한것이었으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븐데이즈>를 뛰어넘진 못했지만, 전작에 대한 기대치를 제외한다면 충분히 재밌는 영화고 볼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스릴러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범인에 대한 집착, 살인에 대한 실마리가 풀려가는 시점에 교묘하게 '살의' 를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당신이 죽였어?' 라는 이야기의 초점이 '죽이고 싶었던거야?' 에 맞춰지는 순간, 이야기는 풀려가기 시작한다.
문제는, '살의' 를 가지고 가면서도 스릴러 영화 특유의 고질병인 '반전' 에 대한 압박을 버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금 더 살이 붙어 알차게 끝냈을 수도 있었을 이야이가 수렴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얽히고만 만다. 특히, 엔딩을 넘어서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보여지는 사건당일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큰 사족이 되지 않았는가 싶다.
하지만, 그 아쉬움들을 모두 '옥에 티' 로 치부할 수 있을만큼 영화의 전반적인 긴장감과 구성도는 훌륭했다. 특히, 악역을 맡았던 류승룡의 연기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의 역할인 '재칼' 이 화면에서 등장하는 순간 느끼는 그 압도감과 안정된 발성은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가장 훌륭한 요소중에 하나였다.
이야기가 재밌어지는 순간은, 언제나 차곡차곡 진행해 오던 실마리가 사실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어졌음을 알 때이다. 뭔가 잘 못 되었는데 그게 뭔질 모르고 있다가, 번쩍하는 순간으로 찾아오는 진짜 이야기의 시작. 그리고 그 때부터 드러나는 이야기의 전모. 이 영화는 그런점에서 충분히 재미있었다. 시크릿, 앞으로 윤재구의 다른 이야기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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