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래, 오늘이..
근데 당신은 내 아빠가 아니니까, 남편이니깐 장미꽃..
우리는 달랑 둘만 살아서 카네이션도 못달아봤네..
근데, 난 원래 카네이션 안 좋아..
그럼 장미가 좋아?
아니.. 하얀 백합..
사줄까?
사줘..
약은 잘 챙겨먹었나?
약 안 떨어졌지?
아휴, 그냥 개기름이 좔좔 흐르던 얼굴이
그놈의 암은 걸려가지고 지랄맞게..
그러게.. 니미랄 병걸려가지고 돈은 다 까먹고.. 고생 많지?
여보.. 내가 치매걸린 남편 귀찮다고..
당신따라 떠난 드러운 년인거 알지..?
나한텐 드러운 년 아니지.. 그 놈한텐 드러워도..
근데, 늙으막에 이렇게 당신 병수발하면서도 왜 이렇게 좋지?
내가 잘생겼으니까..
맞아, 그리고 당신이 나 성형시켜줘서..
당신 돈 열심히 벌어서 우리 돈 많았을때
당신이 병원에 데리고 가서 내 얼굴 주름살 펴줬잖아
힘들게 살아서 이쁜 얼굴 주름생겼다고..
당신 쪼들릴때 내가 일나가겠다고 하니까 일 못하게 했잖아
죽도록 일했으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나 당신 너무 좋아.. 너무좋아.. 당신..
어떤 년놈들이 뭐라고 하든간에, 나 당신 너무 좋아..
그래봤자 뭐하냐.. 또 고생인데, 말년에..
그래도 좋아..
우리 아직 돈 있어.. 당신 사준 반지.. 하루 밥값은 될거야
안되면 애끼고 애껴가지고 한 달 먹지..
안되면 더 애껴서 일년먹고..
백합사줄게..
응..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아 놓구요.
그게, 여자건 남자건, 애건 어른이건.
그냥 누구든 내 앞에 세워 놓구, 눈 마주보구,
불러 보구 싶었어요.
엄마.
남자래두 엄마, 애래두 엄마. 그냥... 엄마...
불러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마주보구...엄마...
흔들렸잖아... 혹시 엄마려나 하구...
종옥아.. 지금 니가 그렇게 천장만 바라보고 있지만...
세상이 무너져라 울고있는거... 알아, 내가..
내 손이 위로가 되니...?
오늘 해피타임 명작극장에서 다시 본 <떨리는가슴>. 이 드라마를 통해서 처음으로, 엄마가 엄마이기에 앞서 사람이라는거, 그리고 여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바라보게 되었다. '엄마니까, 엄마가.. 그것도 못해줘?' 라는 암묵적인 희생이 여자로서의 엄마의 삶을 얼마나 무시하는 처사였는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새롭게 깨닫을 수 있었다. 무척 좋아했던 연작드라마 떨리는 가슴, 다시봐도 역시나 참 좋다. 인정옥 작가는 정말이지, 대사 하나하나가 예술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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