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아이들이 가장 부러울 때는 언제야?"
"많죠! 정말 많은데.... 음, 가장 최근에는 티브이에서 무슨 가요 프로그램을 봤을 때예요."
"가요 프로그램이면, 아이돌 말이니?"
"아니요, 비슷한 건데, 가수가 될 사람을 뽑는 경연대회 같은 거 였어요."
"그래?"
"네, 근데 그 오디션에 제 또래 애들이 오십만명 넘게 응시했대요. 뭔가 되고 싶어하는 애들이 그렇게 많다는 데 좀 놀랐어요."
"부러웠구나? 꿈을 이룬 아이들이."
"아니요, 그 반대에요."
"반대라니?"
"제 눈에 자꾸 걸렸던 건 거기서 떨어진 친구들이었어요. 결과를 알고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오는데, 대부분 울음을 터뜨리며 부모품에 안기더라고요. 진짜 어린애들처럼. 세상의 상처를 다 받은 것 같은 얼굴로요. 근데 그 순간 그애들이 무지무지 부러운 거예요. 그애들의 실패가."
"왜 그런 생각을 했니?"
"그애들, 앞으로도 그러고 살겠죠? 거절당하고 실망하고, 수치를 느끼고 그러면서 또 이것저것을 해보고."
"아마 그렇겠지?"
"그 느낌이 정말 궁금했어요. 어, 그러니까... 저는... 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
"실패해보고 싶었어요. 실망하고, 그러고, 나도 그렇게 크게 울어보고 싶었어요."
- 김애란, 두근두근 내인생 中
'#scen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러브스토리, 불면증 매뉴얼 그리고 오렌지주스 명대사 (0) | 2011.09.08 |
---|---|
떨리는 가슴 행복편 명장면 명대사 (2) | 2011.08.28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0) | 2011.07.19 |
야, 네가 3등의 고독을 알아? (2) | 2011.07.19 |
여기, 그대로 있다 (2) | 2011.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