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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그애들의 실패가 부러웠어요

by 김핸디 2011. 7. 24.

"또래 아이들이 가장 부러울 때는 언제야?"
"많죠! 정말 많은데.... 음, 가장 최근에는 티브이에서 무슨 가요 프로그램을 봤을 때예요."
"가요 프로그램이면, 아이돌 말이니?"
"아니요, 비슷한 건데, 가수가 될 사람을 뽑는 경연대회 같은 거 였어요."
"그래?"
"네, 근데 그 오디션에 제 또래 애들이 오십만명 넘게 응시했대요. 뭔가 되고 싶어하는 애들이 그렇게 많다는 데 좀 놀랐어요."
"부러웠구나? 꿈을 이룬 아이들이."
"아니요, 그 반대에요."
"반대라니?"
"제 눈에 자꾸 걸렸던 건 거기서 떨어진 친구들이었어요. 결과를 알고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오는데, 대부분 울음을 터뜨리며 부모품에 안기더라고요. 진짜 어린애들처럼. 세상의 상처를 다 받은 것 같은 얼굴로요. 근데 그 순간 그애들이 무지무지 부러운 거예요. 그애들의 실패가."
"왜 그런 생각을 했니?"
"그애들, 앞으로도 그러고 살겠죠? 거절당하고 실망하고, 수치를 느끼고 그러면서 또 이것저것을 해보고."
"아마 그렇겠지?"
"그 느낌이 정말 궁금했어요. 어, 그러니까... 저는... 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
"실패해보고 싶었어요. 실망하고, 그러고, 나도 그렇게 크게 울어보고 싶었어요."



- 김애란, 두근두근 내인생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