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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명품 사줘야 연애인가요?

by 김핸디 2011. 9. 2.



내가 사랑하는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에서 메리와 대구는 연애를 한다. 둘은 돈이 없다. 그래서, 대구는 메리에게 옷을 사주겠다며 소위말하는 덤핑처리, 大처분 행사장에 데리고 가고, 메리는 또 거기서 신나게 옷을 고르며 행복해한다. 메리대구공방전에서 유독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이다.

개그콘서트를 즐겨보지만 가끔은 불편해질때가 있다. 이른바 남보원부터 시작해서 애정남등의 코너에서 언급되는 '내가 사준 명품가방 토해내라' 식의 발언 때문이다. 물론, 개그의 소재일 뿐이고, 나도 이걸 뭐 심각하게 받아들이는건 아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듣다보니 '연애를 한다면 그 사이에 명품가방은 오고가기 마련' 이라는 전제가 풍기는듯하여 불현듯 불편한 기운이 들곤한다. 그걸 당연히 사달라고 하는 여자나, 사주고 아까워하는 남자나... 둘 다 볼품없다. 명품가방이 오가는게 무슨 연애인가, 일종의 스폰이지.

2,000원짜리 꽃무늬 셔츠를 사줘도 '얼마' 인지 보다는 '사주는 마음이 고마워서'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여행을 다녀와서 조그마한 공기병을 건네며 '나만 마시기 아까워서 그곳의 공기를 담아웠어' 하며 웃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메리와 대구는 덤핑코너에서 옷을 샀지만 즐겁지 않았던가. 한 여름 나무밑에서 자전거만 타도 행복하지 않았던가.

드라마니 그렇다고? 물론, 드라마니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깟 드라마, 내가 주인공이 되지 못할 이유는 뭔가. 사람과 사람사이, 적어도 물질이 그 벽을 쌓아올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궁상과 낭만의 한끝차이. 궁상을 아름다운 낭만으로 채색할 수 있는, 건전한 정신이 내게 깃들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