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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박원순의 민주당 입당,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만 있을까.

by 김핸디 2011. 10. 6.

경기도민으로서 아쉬운점은 지난 선거때 유시민이 국민참여당 깃발아래 출마했다는 것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앞장섰던 민주당과 손잡기에는 꺼림칙한면이 분명 있었겠지만, 그래도 민주당 깃발아래서 출마했더라면 훨씬 많은 득표를 했을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난일을 들먹이며 유시민을 탓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선거의 결과가 김문수 경기도지사 당선이었다는 사실은 뼈아프게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박원순 후보의 민주당 입당 여부를 놓고 말들이 많다. 나는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지만(DJ-노무현-노회찬-심상정 등이 나의 정치성향의 저변이다) '까짓거' 일단 입당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거다. 박원순이 민주당에 입당한다고 했을때, '배신이다' 라며 등돌리는 세력이 많을까, 박원순이 민주당에 입당 안한다고 '서운하다' 라고 등돌리는 세력이 많을까. 나는 후자일거라고 생각한다. 박원순의 후보선출은 분명 '시민들의 새로운 정치' 를 바라기 때문에 나온 결과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반 한나라당의 정서에서 나온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즉, 현재 박원순을 지지하는 시민층은 '한나라당을 이기기만 해다오' 라는 의식이 강하고 그렇기에 민주당 입당을 한다고 해서 '야권후보 박원순' 을 지지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등을 돌릴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기존 민주당 지지자들은 다르다. 물론, 이들역시 기본적으론 반 한나라당의 연대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의 경우 많은수가 박원순 후보의 '정치성향' 을 의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친 기업적이고, MB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박원순을 과연 야당단일후보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의견들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고정적인 민주당표가 한나라당을 향할리는 없겠지만, 투표장에 가지 않음으로서 '기권' 의 형식으로 그들의 야당표가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박원순 후보의 입장에서 민주당 입당은 그리 쉬운일은 아닐것이다. 그래도 나는 박원순 후보가 '야권 단일화 후보' 로서 '여권 후보를 이기고야 말겠다' 라는 책임감을 우선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한나라당의 고정표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여론조사가 높다고해서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재보궐선거를 위해 투표장에 가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고, 그러기에서는 가능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총력' 에 일환으로 '민주당 입당' 이라는 결단을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야권 아래서 '새로운 정치' 를 표방하며 깃발을 내건 정당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국민적 열망은 분명 중요하지만, 일단은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권력을 잡지 못하면 '새로운 정치' 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조차 박탈 당하게 되니까 말이다. 민주당이 지니고 있는, 기호 2번의 가치는 결코 그리 작은것이 아니다. 대기업의 돈을 받아도 '좋은일에만 쓰면 괜찮지 않느냐' 라는 융통성을 보여주었던 박원순 후보가, '내가 펼치는 시정만 바르면 괜찮지 않겠느냐' 라는 자세로 민주당과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시도해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