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뺐다. 아파서 죽을것 같다. 사랑니를 뽑으면서 새삼 내가 도시빈민임을 실감했다. 치통에 시달리면서 내가 제일 먼저 검색했던것은 '사랑니 발치 비용' 혹은 '사랑니 뽑는 가격' 같은것이었으니까. 할 수 없이 엄마카드신공을 써서 치과에 다녀왔다. 나는 조심스레 '엄마 나 치과가야되는데...' 라고 말했고, 엄마는 '병 키우지말고 당장 갖다오라'며 카드를 던져주었다. 역시 우리엄마는 친엄마였다. 평소 맨날 나를 '업자주제에' 라며 무시하시지만 그래도 날 사랑하시는게 틀림없었다.
엉엉엉엉, 엄마 사랑해요.
사랑니 발치비용은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들이 대학병원에서 10만원정도 뽑았다길래, 덜덜덜 긴장하며 수납대에 갔는데 가격은 2만 6천원 정도였다. 휴, 다행이다. 새삼스레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를 찬양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만약 미국이었어봐... ㄷㄷ 식코의 충격... 여튼, 의사선생님도 매우 친절하셨다. 예전에 내가 교정을 했던 치과의사의 경우에는, 문과라고 말했는데도 나한테 '치대나 가라' 는등의 조언을 하질 않나, 스케일링시 아프다고 하자 '엄살이 심하다' 라고 나를 오히려 나무라는 공감지수 제로의 사이코패스였는데, 이 선생님은 참으로 섬세하시고 자상하셨다. 그래, 모름지기 의사라면 환자의 고통을 나눌줄 알아야지.
엉엉엉엉, 의사선생님 고마워요.
여튼 사랑니를 뺐고, 그래서 볼은 부을때로 부었고, 치통이 멈춰서 좋지만, 마취가 풀려서 괴롭고, 사랑니 뽑는 가격이 생각보다 낮아서 다행이지만, 다음주에 한번 더 치과에 가야하는게 고통스럽고, 의사선생님이 친절하지만, 그래봤자 의사선생님일뿐이고, 아빠가 어제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3만원줘서 기쁘지만, 지금 나는 맛있는거는 커녕 물도 못먹을 지경이다. 오늘 내일은 당분간 극강의 고통속에서 헤매이겠지. 아... 정말이지, 아파서 죽겠다.
엉엉엉엉 엉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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